‘송도 6·8공구 사업계획 조정 합의’는 ‘명확한 배임(背任)’이라는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의 주장에 대해 지역 공무원들이 코웃음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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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산업 컨소시엄이 인천 송도 6·8공구 128만㎡의 랜드마크 개발권을 차지한 가운데 기반시설 공사가 일부 완료된 8공구 일대 모습. /사진=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인천시(인천경제청)·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가 5년에 걸쳐 120여 차례의 사업조정 협의를 진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댔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의회가 최종안에 동의했고, 개발이익을 갖는 대상의 한 축이 인천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혜’를 받았다던 SLC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특히 2016년 1월 인천시의회 재산 매각 상황과 특수목적법인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결과를 보면 명확하다. 당시 위원회에서 증언한 시 간부들의 소명 내용을 들여다보면 2015년 1월 SLC와 맺은 송도 6·8공구 개발 사업계획 조정합의서를 쓰게 된 배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23일 자료 등에 따르면 2007년 8월 시는 반(半) 공유수면 상태였던 송도 6·8공구 228만㎡에 대한 독점개발권을 SLC에 부여하는 개발협약을 체결했다. 151층 인천타워를 포함한 업무, 상업, 주거 등이 복합된 국제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바다에 대한 공시지가가 없었던 만큼 토지가격은 조성원가 수준인 3.3㎡ 당 240만 원을 고정가격으로 하기로 했다. 세계 최고 쌍둥이 타워를 건립하기 위해 해외 60여 개 사가 설계 등에 참여했고, 2008년 6월 착공해 2013년 최종 무산되기까기 기초공사비를 비롯해 약 900억 원이 투입됐다.

무산 이유는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였다. 금융위기 한파는 ‘마천루의 꿈’을 무너뜨리고 2002∼2008년 영종·청라·송도 개발로 재정 확대책을 구사하던 인천시를 공무원 월급도 줄 수 없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의 상태로 몰아갔다. 2011∼2012년 중 시금고 잔액은 최저 21억 원(평균 3천억 원)까지 떨어졌다.

전임 시장은 시와 인천경제청 고위공무원 11명을 불러 2012년 3월부터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대책회의’를 가졌다. 40%에 임박한 부채 비율을 높이지 않는 범위에서 돈이 될 만한 시 자산을 다 팔기 위해서였다. ‘손절매’도 나섰다. 당시 재정을 총괄하던 A기획관리실장은 "인천경제청이 갖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지를 무조건, 당시에는 심지어 시청조차도 팔 수 있으면 팔자고 했다"고 시의회에서 증언했다.

시는 SLC가 개발권을 가진 송도 6·8공구를 노렸다. A1, A3, R1부지를 하늘 아래 처음으로 ‘토지리턴제’를 통해 8천520억 원에 팔아치우고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시는 이중계약 문제로 싱가포르 소재 국제상사중재원에 제소될 위기에 처했지만 SLC를 달래 2015년 1월 사업조정합의서를 체결했다. 땅 194만㎡를 회수하고, 토지가는 3.3㎡당 240만 원에서 60만 원을 올린 300만 원으로 합의했다. 법적 소송도 국내 법원에서 하기로 하고, 개발이익도 5대 5대로 나눠 갖기로 했다. SLC로부터 3조4천827억 원 상당의 땅을 회수해 시 곳간을 차곡차곡 채워 나갔다.

헐값 매각에 대해 당시 인천경제청 B차장은 "300만 원으로 됐지만 그동안 비용(SLC 투입비)까지 합산하면 540만 원 정도에(넘겼다)"라고 시의회에서 증언했다. 실제 2015년 초 당시(매립 완료 전) 6·8공구 공시지가는 3.3㎡당 510만 원으로 기록됐다. 2015년 부동산 경기는 재매각을 위해 시장에 내놓은 A1블록의 경우 1천 가구 이상의 용적률 상향에 공시지가로 주겠다 해도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

배임 혐의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A기획관리실장은 "(동일한 상황에 다시 맞닥뜨려도)당연히 (이와 같이)했어야 했다"며 "그때 8천억 원이 안 들어왔으면 분명히 디폴트됐을 거고, 아시안게임도 불가능했을 거고, 당시에는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소명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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