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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부산에 설립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해사 관련 금융기관이면서 동시에 해운산업을 육성하는 국가적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이 부산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하나는 왜 부산에만 해양기관이 집중돼야 하느냐는 비난과 해사법원은 인천에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부산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유치하는 동안 인천시는 무엇을 했는지 먼저 묻고 싶다. 대통령이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부산이 인천보다 국회의원 수도 많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또는 지방이기 때문에 등, 많은 이유를 달기 전에 인천은 무엇을 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113개의 섬을 갖고 있고, 최고의 교역 국가인 중국에 접해 있으며, 동포이면서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을 바로 바다 건너에 두고 있는 인천은 바다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도시이다.

 인천이 해양도시이기 때문에 해양과 관련된 시설을 유치하고 예산을 배정해 달라고 하려면 지도자부터 해양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야 하고, 인천 스스로 관련 연구기관, 학교, 해양산업 등을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의 바다에 존재하는 수산자원의 양과 질,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 바다의 가치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는다고 보장될 일이 아니다. 우리의 대륙붕 발달 상황, 수산자원, 해저자원에 대한 가치를 먼저 확인하고, 충분한 자료를 축적해야만 중국과의 해양경계 분쟁에서 설득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해양경계 획정은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방정부도 정부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행위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의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돼야 우리 바다를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게 된다. 고령화된 주민들이 어떻게 건강하게 섬에서 살게 할 수 있는지, 각 섬의 특징을 살려 먹거리를 확보하면서도 환경을 해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주체가 인천시와 옹진군이다. 가끔 이벤트성 방문을 한다고 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도 인천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라고 주장하려면 먼저 선행적인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회 차원의 해사 관련 논문집도 내고, 지역 로스쿨과 해사 관련 과목도 개설하면서 공동으로 연구하고 지원했어야 한다. 그리고 해사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인천에 자리 잡고 특화돼야 한다. 인천에서 얼마나 많은 변호사들이 해사에 전문성을 갖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정 기관의 유치가 머리띠를 두르고, 지역 국회의원들을 졸라서만 될 일은 아니다. 이미 그런 시절은 지났다. 지역 스스로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기관을 당당하게 우리 지역에 끌어올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나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부산도 울면 어쩔 것인가.

 인천에는 해사고등학교는 있으나 해양대학은 없고, 해양 관련 변변한 연구기관도 없다. 게다가 조선소는 물론이고 선박수리단지도 환경오염을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니 배를 수리하기 위해 거제나 울산으로 가야 한다. 기회는 위험과 같이 오는 것이다. 선박 건조, 수리, 관련 서비스 산업, 금융, 법률 등 선박과 관련된 모든 산업들이 인천에 집중돼야 인천도 해양도시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해양 관련 기관 중 해양경찰청은 원래 있던 위치로 되돌아오게 됐다. 원래 인천에 있었고, 해상치안 확보, 중국어선 불법조업의 단속, 독도 수호 등 고유 업무가 존재하는 해양경찰을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뿐이다. 이렇듯 그 배경에는 상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은 해양경찰의 인천 복귀가 누구의 ‘공’이냐에 대한 미묘한 갈등까지 빚었다. 어떤 인천의 국회의원은 해양경찰의 이전 사실을 알면서도 동의했다고 하고, 인천시는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쟁점으로 만들었다. 이런 모양이어서는 인천이 통합되기 어렵다. 통합되지 않으면 실패와 갈등만 양산하게 된다. 인천의 바다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충분한 정보를 구축하면서 해양의 모든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발전이 인천이 진정한 해양도시가 되는 길이다. 중앙정부에 특정 기관을 달라고 목소리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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