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에 거주하는 노아(10·가명)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령시민인 셈이다.

노아는 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지났지만 법적으로 입학조차 되지 않는다. 무국적 아이이기 때문이다. 난민 아동이나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법에 따라 초·중등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무국적 아동은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감기에만 걸려도 한 번 치료에 3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치료받을 수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생필품을 지원받거나 자원봉사자들에게 한글을 배우고 있지만 노아의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고향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처럼 무국적 아동들은 인천에 살면서도 존재가 증명되지 않아 몇 명인지 집계조차 어렵다. 무국적 아동은 불법체류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난민 미인정자 부모로 인해 출생신고 등 행정적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고국의 박해를 피해 입국했기 때문에 본국에 자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를 받지 않아 이 아이들은 어느 곳의 행정적 울타리에도 들어갈 수 없다.

아시아인권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무국적 아동이 발생하는 것은 국내의 까다로운 난민 인정 절차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3년 난민법이 만들어진 후 난민 신청자 수는 3천여 명에 달하지만 인정률은 5~6%에 불과하다. 수많은 난민 미인정자들은 취업이나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시 차원의 지원도 따로 없어 정부에서 관리한다.

무국적 주민 관련 단체들은 인식 전환에 따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란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는 "난민 인정 자체는 지자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생활 지원 등 미흡한 정부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며 "인정받지 못하는 난민이라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지역 주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돕는다면 결국 정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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