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은 강등권에서 자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그 만큼 올 시즌 남은 경기가 중요합니다. 이기형 감독 이하 선수들이 부담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반드시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28일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로 선임된 강인덕(60) 인천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비장함이 묻어났다. 강 대표는 구단주가 저를 여기로 보낸 이유가 있다고 했다. 다름 아닌 ‘구단 정상화’다. 강 대표는 일단 올 시즌 팀을 K리그 클래식에 잔류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후 구단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분석해 그동안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흔들림 없는 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내내 강등권에 머물며 좀처럼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대표이사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강 대표는 지난 9일 인천구단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그래서 인지 그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갑작스러운 구단 대표이사 교체로 불쑥 인천 유나이티드를 맡게 돼 많은 부분에서 혼란스럽다."는 표현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앞으로 구단 정상화에만 전력을 다할 것임을 인천시민들에게 약속했다.

 강 대표는 우선 자신의 연봉을 반납하고 이 돈을 선수들에게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사기가 진작되고 팀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 후 줄곧 강등권(11~12위)에서 맴돌던 인천은 12일 상주 원정 경기 2-1 승, 20일 포항 홈경기 2-0 승을 거뒀다. 이는 시즌 첫 연승이자, 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이다. 어느 덧 K리그 클래식 잔류 가시권인 10위(승점 26점)로 올라선 것이다. 인천은 9위 대구와 승점 차가 단 1점 밖에 나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9위까지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온다.

 다음은 강인덕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대표이사에 선임된 강인덕 인천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어려운 상황에서 구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각오 한마디.

▶갑작스러운 대표이사 교체로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 역시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맡아 어깨가 많이 무겁고, 올해 팀이 반드시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다.

인천시체육회에 들어온 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모두 봤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솔직히 전문경영인이 한 번쯤 구단을 운영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구단 이사와 체육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인천구단 내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던 터라 개인적으로 구단 정상화에 자신이 있다.

구단주가 갑자기 나에게 구단을 맡긴 것은 책임지고 구단을 살리라는 명령으로 알고 올 시즌 팀의 K리그 클래식 잔류와 구단 정상화를 꼭 이루도록 하겠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일정에서 목표는 K리그 클래식 잔류일 텐데 복안이 있는지.

▶스플릿 경기 전 6경기가 남아 있다.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일단 3경기에서 승을 거둬 승점 9점을 올린 후 나머지 경기에서 1경기 정도 무승부를 한다면 10점을 추가해 총 36점이 된다.

물론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정도면 10위 안에 들 수 있다. 그런 후 스플릿 5경기에서 차곡차곡 승점을 쌓는다면 올 시즌 9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광양 전지훈련에서 인천만의 또 다른 전술을 세워 총력을 다할 것이다.

-그동안 외부에서 지켜본 인천구단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장·단장·감독·프런트 등이 각자의 맡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그렇다 보니 사장·단장·감독 교체설, 선수단 분열, 내부 갈등 등이 초래되면서 구단과 팀이 여기까지 왔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그에 대한 문제점만 찾아서 해결하면 되는데, 인천은 이 모든 문제들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총체적 난국이 됐다.

특히 구단 대표이사 교체와 선수단 분열은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 선수들이 불안해하면서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친 요인을 알고 있다. 이는 반드시 시즌이 끝난 후 밝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인천은 올해 수석코치가 없었던 것도 문제다. 수석코치는 감독 퇴장 때 대행을 맡는 보직으로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 그런 수석코치가 없다 보니 감독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 역시 약해 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기 중 감독의 강한 어필도 작전의 일부다. 올해 인천 감독은 한 번도 퇴장을 당하지 않았다.

아울러 인천은 올해 준비에 너무 안일했다. 지난해 잔류에 안주하면서 감독이 대행 딱지를 떼면 그만큼 잘할 것이라 믿고 대비를 소홀히 했다.

결국 올 시즌 팀 성적 저조는 구단 사장·단장·감독·프런트 등 모두 자신의 역할을 못했던 것이다.

-시민구단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이에 대한 구상은.

▶인천구단은 올해 인천시로부터 75억 원(본예산 50억 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25억 원), 인천국제공항공사 20억 원, 마케팅 25억 원 등으로 총 120억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코 시민구단으로 적은 예산이 아니라고 본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이다. 물론 시의 지원도 요구할 것이다. 시민구단 운영은 시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떳떳하게 지원받기 위해서는 구단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 마케팅을 올해 25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늘릴 것이며, 그런 후 시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내년에는 150억 원 규모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와 구단은 솔선수범할 것이다.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인덕 대표이사. 이진우 기자
-내년에 큰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선수단 규모는 어떻게 짜고 있나.

▶개인적으로 그동안의 선수단 구성 방식과 달리할 것이다. 이제까지 시민구단이라 재정적인 부담으로 인해 한 시즌이 끝나면 좋은 선수들을 타 구단으로 이적시키기 바빴고, 그로 인해 경기력 저하를 가져왔다.

내년에는 오히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다. 물론 기존 선수의 이적 역시 최소화할 것이다. 인천구단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구단에 잔류를 원하는 선수들은 절대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논란이 많은 외국인 선수도 줄여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줄 생각이며, 지역 유망주 육성 및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올해보다 내년 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선수 보강 때문이다. 기존에 빠져나갔던 선수들을 최소화하고, A급 정도의 선수를 영입해 내년에는 팀이 K리그 클래식 3위 안에 들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게 내 꿈이다.

-올 시즌이 끝난 후 구단 정비를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어떤 조직이든 1년간의 운영에 따른 점검을 할 것이다. 인천구단 역시 철저하게 구단 운영에 대한 분석과 점검을 통해 정비를 하고,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도 지도록 할 것이다.

조직도 개편할 생각이다. 경영인의 한 사람으로서 인천구단 조직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반드시 전문성과 효율성에 따른 조직 개편으로 조직의 무게와 기획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과 마케팅, 회계 등에는 보다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전문가 채용도 고려하고 있다.

-끝으로 인천시민, 선수단, 구단 직원 등에게 한마디.

▶인천구단은 시민들의 구단이다. 그동안의 불미스러웠던 일은 모두 잊고 앞으로 시민들이 바라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구단 전체가 한뜻이 돼 뛸 것을 약속한다. 선수들 역시 소속감으로 끝까지 응원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이룰 수 있도록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뛰어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한다면 시민들은 그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이다.

직원들은 선수가 없으면 지신도 없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주길 바라며, 내부적으로 갈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고생은 반드시 헛되지 않을 것이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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