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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승 하남소방서장

지난 6월 영국 런던 그린펠타워 화재로 80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화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고, 이런 고층아파트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 이런 아파트 같은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해 이용 가능한 대피시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화재발생 시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초기대응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나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듯하다.

 2017년도 상반기 화재 발생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공동주택 화재 2천291건 중 아파트에서 총 1천365건이 발생했다. 공동주택 화재 중 아파트 화재가 전체 중 59%를 차지했다. 이 통계는 혹시 모를 아파트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입주민 스스로 위험성을 깨닫고 화재 예방 대처능력을 키우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방증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재난에 마주쳤을 때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 번째로 집집마다 비치된 소화기와 층마다 볼 수 있는 옥내소화전 등 소방시설을 이용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교육 및 훈련의 반복적 실시가 필요하다. 또한 완강기, 경량형 칸막이, 대피공간 등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이용 방법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둘째로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 화재 위치를 확인 후 옥상이나 지상으로 빨리 대피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인명대피 시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도나 계단 등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되며, 대피 시에는 코와 입을 물수건 등을 활용해 막고 낮은 자세로 대피해야 한다. 또한 지상으로의 대피가 불가능하면 옥상으로 대피하고 바람을 등지고 구조를 기다리면 될 것이다.

셋째로 엘리베이터 사용은 절대 금지…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전원이 차단돼 엘리베이터가 멈출 수 있고, 내부에 유독가스가 유입돼 매우 위험하므로 복도와 계단을 이용해서 신속히 대피해야 된다. 실제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 불로 인한 것보다 연기로 인한 질식 사상이 더 많기 때문이다. 넷째로 아파트 화재 시 고가사다리차 등 인명구조 및 진화 작전을 전개할 공간 확보를 위한 소방차량 전용공간 확보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소방차 전용주차구역 내 불법주차로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입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름철 필수 가전제품이 된 에어컨이 쾌적한 환경 대신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에어컨 화재 10건 중 6건이 실외기에서 발생했다. 특히 아파트 실외기실이 미관상의 이유로 내부에 설치돼 창문 및 루버가 닫힌 상태로 에어컨을 가동 시 화재위험이 아주 높다. 따라서 실외기가 실내에 설치돼 있을 경우 환기나 통풍이 잘되는지 살펴보고, 물건을 쌓아놓거나 밀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하남소방서에서도 실외기실 내에 화재 예방을 위한 단독경보형(열)감지기와 자동 확산 소화기 설치 권장을 위해 관내 아파트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에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 집에 설마 불이 나겠냐’며 안전불감증에 빠져 지나칠 것이 아니라 평소 피난시설, 피난기구, 피난로 등에 관심을 가지고 화재 초기의 올바른 대처능력 숙지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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