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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국 목공예가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최근 4년간 평균 인상폭인 7.4%보다 두 배 이상 인상된 16.4%로 결정했다. 정부는 2018년 이후 3년 동안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인, 자영업자, 영세상인 등의 걱정은 태산이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알바생’은 물론 우리나라에 취업을 위해 바다를 건너 온 외국인 근로자까지도 월 3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알바생과 외국인근로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크게 환영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커다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필자와 같이 장인정신으로 수십 년간 외길인생을 걸으며 갈고 닦은 기예(技藝)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침체와 사회적 인식 부재로 월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쳐 이직을 하거나 조기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공예인의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적지 않은 임금을 받게될 알바생과 외국인근로자가 부럽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보다 못한 수입에 한없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새 정부는 ‘소득주도에 의한 성장’을 정책의 기조로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 전체의 소득을 높여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편의점 알바생 임금인상과 함께 편의점 주인의 소득도 같이 오르면 상관 없겠지만, 알바생 임금이 오른 만큼 편의점 주인의 소득은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 진작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의 순이익이 감소해 투자가 위축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겠는가? 또 급여가 오르면 인력을 쓰는 대신 폐쇄형 TV(CCTV)로 인력을 대체하는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와 같이 인건비 인상이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업종이 다수 존재하고 있어 소득주도에 의한 성장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소득이 줄어 들어도 지출하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 예를 들어 연 5억 원을 벌다가 소득이 줄어 3억 원을 벌어도 지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의 수입이 항상 소득이 부족했던 사람 즉 돈이 생기면 저축할 새 없이 바로 쓸 곳이 있는 사람들에게 옮겨지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만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도 함께 인상된다. 아울러 기업의 제품가격 역시 인상되게 하는 ‘도미노’ 현상을 유발시켜 결국 물가상승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 사회가 이런 급작스러운 임금 인상의 충격에 제대로 대비돼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법 하나 바꿔서 되는 쉬운 해법이 있다면 우리보다 청년실업이 더 많다는 일부 선진국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왜 추진하지 않았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갑자기 오른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영세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해 고용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으니 실업자만 늘어날 거라는 것은 뻔한 이치다.

 많은 사람이 서로 먹고 살려면 제조업이 살아나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원전 중단에 따른 전기세 인상까지 예상되는 요즘 많은 영세 제조업체들은 ‘사업을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하나’, ‘인력을 축소해야 한다면 누구부터 감원해야 하나’ 등 온갖 근심에 잠까지 설친다고 한다.

 기업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실업자는 없지만 아무도 일하지 않고, 아무도 일하지 않지만 모두가 급여를 받고, 모두가 급여를 받지만 아무 것도 살 물건이 없는 그런 사회가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나라가 잘 되려면 기업이 잘 돼야 하고 기업이 잘 되려면 기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준비가 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재앙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충격이 최소화할 수 있는 완만한 인상폭, 인상폭의 차등 적용, 업종별 차등 적용 등 더 깊은 고민을 해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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