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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달걀이 문제다. 아니, 정확히는 달걀에서만 문제를 삼았을 뿐이다. 다른 먹거리에서도 줄줄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이기에 정확히 짚고 해결해야 한다. 겨울마다 구제역으로 많은 돼지의 살처분이 이어졌고, 그것을 수습하다 공무원이 과로사하고, 겨울이 되면 구제역에 농가 간 이동을 금지시켰고,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소독을 했다. 매년 반복되는 과정에서 올해는 닭으로 옮겨간 것뿐이다.

 올 초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달걀 한 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수입 달걀이 식탁에 등장했다. 달걀을 항공기로 가져올까 배로 가져올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유통기간이 얼마나 될까? 그 달걀은 정상적인 것인가? 그러고 나서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이어지고 있다.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그 살충제가 달걀에 잔류하게 된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 받고 낮과 밤도 없이 알만 낳은 닭에게 기생하는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 결과이다. 사실 달걀은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어떤 식품과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며 우리 식탁의 단골식품이다. 지난해 AI가 몰아쳤을 때 일본에서 살처분한 가금류의 수가 90만 마리에 불과했는데, 한국의 경우 3천 만 마리 이상을 도살했다. 한국의 처방은 도살뿐이었다. 수의사와 의사, 정부당국과 연계하는 제대로 된 농업 방역업체가 없다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여파로 닭 가격이 오르고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일이 줄어, 서민경제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일부는 매일 소비하는 식품이다 보니 어미닭이 품은 달걀, 녹초 먹인 무항생제 달걀, 자연에서 구한 달걀, 화려한 미사여구에 현혹돼 개당 높은 가격을 치르고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걀말이나 달걀빵, 서민식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는 유통기간도 표시할 수 없는 달걀을, 무항생제나 자연에서 구한 값비싼 달걀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서비스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동물복지농장이 대안이라고 하면서 대안을 실천할 어떠한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살충제 달걀에 분노해 농가나 농민을 질타해서 안 된다. 동물복지농장이 동물을 위해, 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소비자들을 위해 좋다고는 하지만 그 비용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안전한 식품을 원한다면, 높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안전한 것을 인정하는 제대로 된 시스템(검역부터 출고까지, 심지어 유통과정까지 완벽한 시스템)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싼 것에만 익숙한 소비자와 기업들은 동물복지에는 말로만 외칠 뿐 실천에는 인색했다. 대부분의 양계장이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농가의 탐욕이나 무지 때문만은 아니다. 동물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나 의약품은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농약은 해당 사항이 없다.

 한국에서 양계업이 권장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는 농가소득의 증대를 위해 집집마다 논·밭농사 외에도 닭·돼지 등의 경제동물을 기를 것을 권했다. 그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도 규제만 있었지 동물복지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대책도 없었다. 당장 100%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한다면 달걀 수급을 맞추지 못하고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닭 진드기 문제는 수의학, 곤충학, 영양학, 화학 등 과학자들이 합동으로 연구를 해서 친환경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자들에게는 좋은 연구 환경을, 농민에게는 친환경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는 규제가 아니라 장려를 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이런 점진적인 방법이 제대로 준비되었을 때, 달걀뿐만이 아니라 다른 먹거리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며 완전한 국가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소비된 달걀의 양은 135억 6천 만 개, 빵과 과자, 라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먹은 것을 포함해 한 사람당 달걀 271개를 먹은 셈이다. 농민도 소비자도 행복할 수 있는 적정한 달걀값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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