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친구의 방문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는지 평소 돈 한 푼 쓰지 않는 짠돌이로 소문난 친구가 커다란 박스를 두 개나 들었다. 자신이 직접 기른 부추란다.

 그것도 일반 부추가 아닌 항암 효과와 약성이 몇 갑절 높은 약부추란다. 우리도 건강 생각할 나이가 됐다며 너스레를 떤다.

 부추는 흔히 파옥초라 부른다. 옛날 한 고승이 길을 가다 죽음의 기운이 강하게 뻗는 집을 발견했단다. 그 집 문 앞에서 탁발을 하자 안주인이 시주를 하는데 이 안주인의 음기가 어찌나 강했던지 양기가 고갈된 남편이 곧 죽게 생겼더란다.

 그래서 이 고승이 담벼락 밑에서 흔히 자라는 풀을 손에 쥐어 주고는 잘 가꾸어 매일 남편에게 먹이라고 했단다. 이 풀을 매일 먹은 남편은 양기를 회복하게 됐고, 매일 밤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도 힘이 남아도는 정도가 됐단다. 안주인은 신이나 집안 이곳저곳에 이 풀을 심었는데, 풀이 자라 집 기둥이 모두 공중으로 솟구쳐 집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부추를 일컫는 다른 말은 정구지다. 부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준단다.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 한다고 해 온신고정이라고도 부르고, 남자의 양기를 세워준다고 해 기양초라고도 부른다.

 과부 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 하여 월담초라고도 부르고, 운우지정을 나누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해 파옥초라고도 부른다. 장복을 하면 오줌줄기가 벽을 뚫는다고 해 파벽초라고도 한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 집 안마당까지 당도해 있다.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신선한 기운이 참 좋다. 유난히 덥고 긴 것도 모자라 많은 비까지 쏟아 부었던 올해 여름을 견뎌낸 탓인지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

 부추 씻은 첫 물은 아들은 안 주고 사위에게 준다는 설이 있는 부추. 일반 부추와 비교해 약성이 몇 배 더 높다는 9월 부추. 거기에 이 부추보다 약성이 몇 갑절 높다는 약부추를 매일 소여물 씹듯 우걱우걱 씹어 먹고 아내에게 외쳐보련다.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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