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히어로
109분 / 다큐멘터리 / 12세 이상 관람가

2017083101010010709.jpg
"왜 아빠는 지는데도 계속 싸우는 거야?" 소년 현우가 아빠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와 함께 생활기록부를 쓰던 현우는 아빠의 직업을 채우는 항목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해고 노동자? 무직? 사회활동가? 노동운동가?

 현우의 아빠는 7년째 결과를 알 수 없는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나왔다"며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설하는 아빠가 때로는 멋지다가도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꾸역꾸역 버티는 아빠가 답답하기도 하다. 나쁜 사람은 안 잡아가면서 정의로운 일을 한 아빠가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런 결과도 없는, 힘든 일을 이어오고 있는 ‘해고 노동자’ 아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우가 점차 아빠의 인생을 마음으로 끌어안게 되는 감동 드라마 ‘안녕 히어로’가 오는 7일 개봉한다.

 아빠를 통해 세상을 만나게 된 현우의 가슴 뭉클한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 ‘안녕 히어로’는 이제 막 사회의 이면을 알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과 꾸역꾸역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엄마’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다.

 한영희 감독은 "해고가 한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현우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 등 현우가 사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다.

 ‘안녕 히어로’는 선동적 화법으로 옳고 그름을 강요하거나 특정 인물 또는 역사적 사건들을 미화하지 않는다. 일상적 이야기를 통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에 맞는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정리해고’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무자비한 사회 속에서 소소한 일상으로 저항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부조리하고 허위적인 사회적 기준 속에서 각자의 삶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모두를 ‘영웅’으로 명명하고, 이런 일상 속 영웅들이 보다 당당하고 끈질기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특별한 ‘히어로 영화’다.

 영화는 그동안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첫 번째 개봉작이기도 하다. 현재 복직을 원한 해고 노동자 167명 중 37명만이 복직한 상태다. 나머지 130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에 남아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