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길운.jpg
▲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2년 전 손을 잘못 짚어 난간 밑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였는데 그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목뼈에 10개의 철심을 고정한 채 살고 있다. 2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의 고통이 현재 일 같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온 몸은 결박된 채 눈만 깜빡일 수 있는 그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지, 수술 후 첫 숨을 내뱉었을 때의 그 시원함과 감사함이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 사고 이후 비록 목을 10개의 철심으로 고정한 채 살아야 하는 장애를 얻게 되었지만 많은 것을 깨닫고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장애를 얻게 되면서 그동안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제야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장애인들의 외부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개최라고 한다. 그후, 우리 사회는 장애인 등 약자에 대한 시설과 정보 접근을 보장함으로써 장애인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증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증진법을 제정해 장애인 등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건축시설물을 만들어갔고 2006년부터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시행함으로써 편의증진법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교통수단과 도로, 보행 환경에 대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이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걸음마’수준으로 장애인들은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의 ‘2013 이동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 포장, 기울기, 점자블록 등 62.6%가 기준 적합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이면도로 등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는 부족한 곳이 많다. 교통수단에 있어서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데 우리나라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여전히 5대 중 1대에 불과하고 시외버스에서는 저상버스를 찾아보기도 힘든 실정으로 장애인들은 자가용 없이는 고향도 내려가지 못하는 것이다. 현행 이동편의증진법은 교통약자가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의왕시 역시 장애인 등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 시설물을 비롯해 교통시설 등 다양한 부분에서 끊임없는 개선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의왕시의 노력은 해마다 눈에 띄게 변하는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장애인복지관 등의 시설 운영 이외에도 장애인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장애인 일자리, 후견인제도, 생활도우미, 바우처 사업,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편의증진을 위해서는 2011년 11월 의왕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관내에 거주하고 있는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권과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를 했다. 또한 그들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특수차량을 지속적으로 확대·운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행이 어려운 많은 이면도로와 미흡한 대중교통 시스템들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시의회는 시와 함께 꾸준히 장애인들의 이동편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인식전환 노력도 함께 병행할 것이다.

"For some, It’s Mt. Everest"(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이다) 라는 말처럼 비장애인에게는 오르기 쉬운 계단이 장애인들에게는 에베레스트 산만큼 오르기 힘든 시설일 수 있음을 모두가 인식하고, 나아가 우리가 함께 도우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단지 계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민들과 함께 인식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