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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사막화 현상은 기상변화로 인해 수목이 말라죽고 건조한 나대지가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원인으로 강우량이 연평균 250mm보다 적거나 그 이상의 강우량이라도 내리는 양에 비해 증발량이 많은 경우처럼 자연현상에 의한 것과 벌채나 방화, 자원채굴의 증가와 도시 집중화로 인한 인위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몽골은 이런 일반적인 원인과 함께 유목전통에 의한 사막화도 큰 요인 중의 하나이다. 유목전통이라도 과거와 현재는 다른 면이 있다. 가축을 방목하는 단순한 유목에서 최근에는 사막화를 급속히 증가시키는 산업 목적의 대량 유목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유목하는 가축은 주로 5가지 가축을 5축이라고 하며 소, 말, 양, 염소, 그리고 낙타이다. 이들 가축은 2013년 4천만 마리 정도였으나 최근 6천만 마리로 50%나 늘었다. 몽골인구 300만 명이 연간 소비하는 가축이 무려 1천만 마리라고 해도 공식집계의 허수가 있겠다. 다만 큰 흐름에서 보아 사막화 인위적 요인을 좌우하는 변수로는 볼 수 있다. 6천만 마리 가운데 양과 염소가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가축은 실제로 20%도 안 된다. 양은 스스로 먹이를 찾거나 주인을 찾아 가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다. 양은 주로 식용으로 쓰여지나 염소를 따라 다녀야 제법 좋은 풀을 뜯을 수 있고 집에도 들어올 수 있어 양과 염소는 반드시 함께 기르고 있다.

 염소는 양보다 약 20~30% 정도 많이 길러 캐시미어를 얻고 있다. 몽골산 캐시미어가 품질이 좋고, 싸다는 것은 대량의 염소털이 원자재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염소털은 3중 구조로 밖에 보이는 뻣뻣한 털과 중간 털, 그리고 가장 속에 있는 부드럽고 가는 속털로 돼 있다. 이 중 가장 속에 있는 부드러운 털을 이용해 캐시미어를 만들고 있다. 몽골산 캐시미어가 국제적인 인기를 끄는 것에 비례해 몽골에서는 더 많은 염소를 키워야 한다.

 5축은 엄동설한에도 방한용 울타리가 없을 뿐만아니라 먹이 공급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500㎏짜리 건초더미가 몇 만 원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 수천 마리의 가축을 7개월여 동안 먹여 살릴 만한 여유가 없다. 대부분의 유목민들은 영하40도가 되더라도 방목에 의존하고 있다. 눈 덮인 한겨울에도 바지런한 염소는 초원에 숨겨있는 풀뿌리를 찾아 캐먹고 있어 봄철 황사를 더 많이 발생시키게 됨으로써 사막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캐시미어의 대량 소비와 사막화가 연계되는 지점이다.

 지난 8월 중순에 방문한 울란바토르 서부지역은 4월 이후 가뭄이 연속되고 있어 대부분의 초지가 고사하고 있었다. 몽골 ‘인천희망의 숲’이 있는 바얀노르지역에도 4월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초지가 형성되지 않다가 8월 초에 찔끔 내린 비에 의해 겨우 고개만 들고 만 잡초를 만날 수 있었다. 더구나 지나가는 도로 옆에 매년 볼 수 있었던 가축무리가 드물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었는지. 초지에는 가축이 먹지 않아 늘어만 가고 있는 사막화 지표식물인 하르항과 데르쓰마저 고사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보았던 현상과는 현저하게 다른 상황이었다. 하기야 올 7월 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칼트마 바툴가 대통령은 취임식을 하자마자 산불과 들불을 끄기 위해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8월 초에 전국 150여 개의 솜(우리나라의 군(郡)에 해당)이 가뭄이 극심한 상태이며 전국토의 84%가 가뭄 속에 있었다. 울란바토르에 17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170회의 산불과 들불이 발생했다. 작년에 비해 화재 횟수는 64.2% 늘었고 불에 탄 면적은 82.3%가 늘었다는 보도이다. 여기에 들쥐와 메뚜기 떼까지 돌아오면서 목초지가 황폐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내년 봄엔 더 많은 황사가 올지 모르겠다. 몽골 정부 스스로도 이런 가뭄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꼽았고 그 뒤로 무한히 증가하는 가축이 중요 원인이라고 할 정도다. 지난주 22~25일 사이에 폭우가 쏟아져 다행이지만 몇 달간의 가뭄 속에 말라간 초목은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사막화 현상이 몽골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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