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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의 열매로 인한 악취가 해마다 반복되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시민이 인천시청 주변의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지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인천시내의 은행나무에 매달린 은행열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은행나무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인천시와 일선 기초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 문제 때문인데,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흔히 목격되는 은행나무는 1980년대부터 가로수로 심어지기 시작했다. 병해나 공해에 강하고, 주변 환경이나 토양이 좋지 않아도 잘 자라는 장점이 있어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천에서도 가로수로 다수의 은행나무가 심어졌다.

3일 시가 조사한 지난해 말 기준 인천 지역 가로수 현황에 따르면 은행나무가 21.6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느티나무 17.5%, 벚나무 14.59%, 이팝나무 10.64% 순이다.

하지만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심어진 은행나무가 지금은 가을철 악취 발생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은행나무는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피는 목련, 진달래 등의 나무와 달리,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고,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자란다.

가로수 식재 초기부터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만 식재했더라면 매년 되풀이되는 악취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은행나무의 전문적인 수목 식재체계 등이 여러 가지 문제로 여의치 않다 보니 수나무가 아닌 다수의 암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졌다.

매년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는 9월 중순·말부터 10월 초가 되면 인천시를 비롯해 각 기초단체에는 악취를 제거해 달라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당장 가로수 수종을 교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민원이 들어오면 환경미화원들과 구에서도 인력을 투입해 청소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수종 갱신 사업이 진행될 때 나무를 바꿔 심는 등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각 기초단체에서 새로운 가로수를 심을 때 은행나무가 아닌 이팝나무 등으로 수종을 선택하지만 당장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토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는 올해 말까지 가로수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 문제는 장기간에 걸쳐 갱신해야 하는 사안으로, 시에서는 가로수와 연계해 어떤 특화거리를 만들 것인지 등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며 "한 종류의 나무를 무조건적으로 심기보다는 지역별 노선에 적합하도록 다양한 수종을 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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