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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지난 3일 12시29분께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관측되면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강행된 것이 확인됐다. 이어서 북한은 오후 3시 30분에 수소폭단 실험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TV로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규모 5.7은 역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규모 중 최대치로 기록되면서 그 폭발위력이 5차 실험의 5~6배 이상이라고 한다. 북한 김정은의 6차 핵실험은 문재인, 트럼프 체제 이후 첫 번째 핵실험이자 6번째 도발이다. 한국과 미국을 향해 ‘레드라인(Red Line)’을 넘고 있다는 통첩이고, 지난 8월 17일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북 레드라인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순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얼마전 남조선 집권자가 기자회견에서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완성을 북핵 금지선으로 정해 놓는 어처구니없는 나발을 불어댔다"며 "대세의 흐름도 분간 못하고 뒷일을 감당해낼 수도 없는 주제 넘는 망동"이라고 모욕을 주었는데 결국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작년 9월 9일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답변한 북한의 레드라인이 현실로 닥쳤다. 만일 어젯밤 김정은의 지시로 지난 8월 29일 새벽 5시 47분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상공을 지나 비행거리 2천700km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시킨 IRBM급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했다면 이미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어가 있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협박 하에서 잠잔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악몽과 같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래도 북한이 핵무장국이 아닐까?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안보라는 것은 항상 최악의 가정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인데 이 질문에 문재인 정부는 답을 해야 한다. 북한을 상대로 2003년부터 시작한 한반도 비핵화정책의 6자회담은 담담타타(談談打打)의 공산당 회담 전략전술에 걸려서 결국은 북핵무장의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 의장국 중국과 북한의 ‘병자궤도(兵者詭道)’ 전술에도 걸려든 것이다. 중국의 고사성어에 ‘송양지인(宋襄之仁)’이 있고, 서양의 이솦우화에 ‘늑대와 양치기 소년’ 이 있다. 다시 새겨봐야 할 이야기들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은 국제적인 대의명분이나 국내여론이나 국민적 분위기나 북한을 선제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결심여하에 따라 세계 최강의 한미 연합전력이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을 전략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고 북핵이 더 발전하도록 시간과 기회를 준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한미 전략자산을 전격적으로 총동원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시켜서 핵불용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라는 말에 이어서 "전쟁은 없다. 국민께서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라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6차 핵실험은 분명히 ‘군사행동’이다.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군사행동을 대한민국이 결정해 주었나? 안심하고 믿으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 것인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과연 이 말은 무엇을 근거한 것인가? 대통령의 이런 황당무계한 안보 발언이 일부 국민에게는 정신적 무장해제(武裝解除)를 가져오고, 적국에게는 오만불손(傲慢不遜)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이것은 이 시대의 문양지인(文襄之仁)으로 기록될까 우려스럽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1일 ‘참수작전특수부대’를 창설한다고 발언했다.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으나 실절적인 ‘핵불균형 대책’으로는 미봉책이다. 물론 전술핵 배치가 고려될 수도 있고, 핵주권론에 의한 독자적 핵개발 카드로 검토할 수 있다.

 한미동맹 차원의 핵공유 방식의 차선책도 타진해야 한다. 미사일 사거리와 중량제한이 해제된 것을 계기로 미사일전력위주로 군비증강을 서둘러야 한다. 육군의 병력수를 줄이지만 기동력이 탁월한 특수전부대를 배가시켜서 유사시 즉각적으로 적의 후방지휘부를 타격해 전장 지휘가 불가하도록 마비시키는 효율적 전력배비를 해야 한다. 무기체계도 해·공군전력 중심으로 증강해 전후방이 없는 미래 전장환경을 대비한 과감한 전력개선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 군은 항재전장(恒在戰場)의 자세로 안보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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