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의 행정 실수로 시각장애 주민의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구는 절차상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면허 복구 등의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남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4월 남구청으로부터 ‘운전면허 취소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당시 구는 A씨가 운전면허를 보유하기에 불가능한 상태(시각장애 4급1호)로 재판정을 받거나 운전면허를 반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구에 보낸 공문에 따른 조치다. 시각장애인 중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한 경우에 한해 기존 장애등급의 적정성을 다시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A씨는 2013년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해 면허가 유지됐다. 재판정을 통해 운전면허 보유가 가능한 등급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A씨는 면허 취소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좋지 않아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재판정 검사를 감당하기 힘들어 재조정 없이 취소를 선택한 것이다. 구의 안내에 따라 증빙서류를 제출하면서 A씨의 면허는 취소됐다.

하지만 지난달 구가 A씨에게 다시 재판정을 받도록 안내하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당초에는 운전면허를 자발적으로 취소하면 재판정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7월 운전면허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정을 받도록 지침이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A씨는 지침 등을 다시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취소 증빙서류 제출 요구는 구의 권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의 착오로 재심사도 받기 전에 운전면허가 취소된 것이다.

결국 A씨는 지난달 불편한 몸으로 재판정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운전면허를 보유할 수 없게 됐다. 4급2호 등으로 장애등급이 조정되더라도 운전면허 복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민원인에게 돌리고 있다.

구 관계자는 "복지부나 인천시 등 상급기관에 전화상으로 문의하는 과정에서 ‘구도 취소 서류를 받을 수 있다’고 확인했는데 잘못된 내용이었고, 이를 문서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 미숙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를 실제로 취소 조치하는 것은 경찰청 등의 권한이지만 A씨가 직접 서류를 들고 와 면허 취소를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복구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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