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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인천 중구의 남항 모래 전용부두의 한 야적장. 바닷모래 부족으로 채취업체의 40%가 이달 무기한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김덕현 기자
6일 오후 인천 중구의 남항 모래전용부두는 한산했다. 수십 대의 모래채취선은 부두에 그대로 정박해 있었다. 야적장은 절반가량이 텅 비었고 모래적치장은 바닥을 보였다.

서해 덕적·굴업도 해상 바닷모래 채취 허가기간은 이달 20일까지지만 지난달 말께 모래가 이미 동났다.

업계에 따르면 월 100여만㎥씩 수도권 건설 현장으로 가던 바닷모래는 이달 들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모래값은 올해 초 1㎥당 1만5천 원에서 이달 들어 2만1천 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덕적·굴업도를 제외하고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캐는 바닷모래는 월 20만㎥ 정도다. 줄어든 바닷모래를 30여 개 건설업체가 나눠 가지려고 덤프트럭 기사들은 3시간이나 기다린다.

EEZ의 채취 허가기간은 올해 말까지지만 다음 달 추석이 지나면 이마저도 동날 것으로 보인다.

골재업체들과 레미콘업체는 다음 달이면 바닷모래 부족으로 수도권 건설 현장의 90% 이상이 멈출 것이라고 주장한다. 덤프트럭 기사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처지다.

예상되는 피해는 업체뿐만이 아니다. 옹진군은 채취업체로부터 한 해 예산의 10%에 달하는 매년 200억∼280억 원가량의 사용료를 받았다. 이 돈을 주민지원사업에 쓰던 군은 내년부터 지원사업 전면 중단을 각오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품질 좋은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선 바닷모래가 필수라고 얘기한다. 충청·경기·서울의 일부 레미콘업체는 바닷모래 대신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사토를 이용해 모래를 만들고 고가의 장비를 투자해 콘크리트를 만든다. 하지만 수도권 업체들은 하역지에서 이동거리가 50㎞가 넘으면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마사토를 쓸 엄두를 못 낸다. 바닷모래 부족이 업체들에게 책임이 떠넘겨지는 모양새다.

지역의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제대로 관리하게끔 지침을 만들고, 지자체가 골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품질의 골재가 나오고 불량 자재 사용 위험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골재업체들은 청와대가 국무회의를 열어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간 의견 차이를 하루빨리 조율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고성일 한국바다골재협의회 인천지부 부회장은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업체들은 고사하고, 수도권 각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바닷모래 채취가 어족자원 고갈의 원인이라는 확실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채취를 허가해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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