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6·8공구(128만1천㎡) 개발사업이 맥없이 좌초됐다. 지난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블루코어시티 컨소시엄 측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양측 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사업협약은 물론 맺지 못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협의 내용의 ‘바이블’이어야만 하는 공모지침서는 아예 내동댕이쳤다.

인천경제청의 일방적인 특약 제시로 협의 과정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땅값 인상 등 각종 올가미를 들이대며 협의 일정을 늦추고 사업시행예정자를 옥좼다. 의도된 흑막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본보는 송도 6·8공구를 장기 표류의 늪으로 몰고 간 부역의 내막을 캐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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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이 무산됐다. 인천경제청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약기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이다. 10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 6·8 공구 일대가 안개에 휩싸여 뿌옇게 흐려져 있다.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원칙도 기준도 없다.’ 국제 공모에 걸맞은 상도덕(商道德)은 오간 데 없었다. 1년 가까이 개발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놓은 공모지침서는 개나 줘 버린 꼴이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 크기인 인천 송도 6·8공구 랜드마크시티 개발사업의 무산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말이다. 6조 원대 사업을 관(官)이 주도했다가 하루아침에 관이 틀어 버린 이 같은 행태에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혀를 내두르고 있다. 금융권은 ‘인천 패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대유 전 차장의 등장과 함께 송도 6·8공구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압박은 시작됐다고 한다. ‘개발이익 환수’라는 명분과 여론의 비위를 맞춰 인천시 빚 탕감으로 전용된 송도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부채덩어리 시 곳간을 다시 한 번 채워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천경제청은 공모지침서 및 사업제안서상에 존재하지 않던 독소 조항을 수차례 만들어 민간사업자의 무조건적 수용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3·5면>

협약이행 보증금의 10배 증액 및 토지가격의 변동성 수용 요구, 인근 지역을 통해 수천억 원의 손실이 입증된 랜드마크타워(68타워)의 오피스 19만8천여㎡ 규모 추가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이후 90일(1회 30일 연장 가능)간 인천경제청과 민간사업자 간 본 사업협약 체결에 이르기 위해 협의돼야 할 성질의 것들도 아니었다.

민간사업자가 공모 참가 시 제시했던 약 1조3천800억 원의 토지대는 공모지침서에 변동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을 뿐더러 개발계획상의 가구 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인천경제청은 이미 이를 수용했다. 토지매매가격의 1%로 규정된 협약이행 보증금을 인천경제청은 토지매매가의 10%로 상향했다.

아울러 상업, 업무, 숙박, 자족시설로 계획된 총면적 13만2천여㎡의 랜드마크타워의 구성을 지구단위계획에도 맞지 않는 19만8천여㎡의 오피스로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랜드마크타워의 공정률과 타 사업과의 연동을 압박하는 등 실현 불가능한 조항들을 삽입해 민간사업자를 쥐어짰다.

SNS 폭탄 발언으로 정 전 차장이 대기발령된 후 토지가 등 협상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김진용 신임 차장은 특약사항을 추가로 요구하며 민간사업자를 다시 압박했다. 인천경제청이 사실상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정 전 차장과 김 차장이 민간사업자를 압박한 협상 내용은 공모지침서상 양측이 협의해야 할 9개 사항에 크게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침서는 사업 본 협약을 위해 추진 일정이 담긴 각종 인허가 및 사업 시행에 관한 사항과 자금 조달에 관한 내용, 개발계획에 대한 인천경제청의 의견, 개발이익 재투자에 관한 사항, 지역 업체 공동 도급에 대한 사항 등 9가지를 담으라고 나와 있다.

한편, 대상산업과 포스코·GS건설, 산업은행, 메리츠종금증권·해상보험, 부국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8개 사는 블루코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5월 6·8공구 128만㎡를 개발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함께 응모한 로드스아일랜드 컨소시엄이 ‘과락 수준으로 완전 탈락’한 직후였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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