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이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429조 원으로 편성됐다. 작년에 비해 복지(12.9%), 교육(11.7%), 청년일자리( 20.9%) 부문에서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7.1%가 늘었다. 공적연금, 공무원 월급 등 법에 따라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경직성 의무지출(218조 원)도 사상 처음으로 예산의 절반을 넘어서게 됐다. 반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20%가 감축됐다. 특히 철도나 도로 같은 토목·건설 관련 예산은 무려 30%나 쪼그라 들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당 고속도로가 G20 주요 국가 중 1위로 충분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반대의 분석 결과를 내놨다. ‘SOC의 본질은 미래 성장 잠재력의 확충이다’라는 보고서에서 "국토 면적과 인구 밀집도를 모두 반영한 전체 도로의 보급 정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30위에 그친다"고 밝혔다. 단순히 면적당 길이만 비교하면 인구 밀도에 따른 혼잡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면적과 인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SOC의 질도 문제다. 2015년 기준 교통혼잡 비용이 33조4천억 원으로 GDP의 2.13%에 달했고, 1일 평균 통근시간도 58분으로 OECD 평균(29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 정부가 우선시하는 복지 지출은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내수회복을 위한 유효한 수단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내수진작 효과가 단기적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수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복지의 확대는 부채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속적인 세수의 확보 여부가 복지 이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SOC다. 현재의 번영도 SOC에 대한 과거의 투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도로·항만·철도는 물론 치산치수와 각종 제도, 연구개발과 교육 등 무형의 자본까지 포함하는 인프라로 SOC의 개념을 확장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 미래의 경제도 담보될 수 있다. SOC는 그 나라의 ‘산업활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할 공공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