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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151층 인천타워 기공식을 가진 뒤 10년 이상 방치된 송도 6·8공구 랜드마크시티 핵심 부지 M6블록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인 송도 6·8공구 사업이 좌초된 데는 고위 공무원의 ‘공명심’이 작동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의 당초 취지와 시장경제의 논리야 어떻게 되든 내 자리만 지키면 그뿐이었다. 땅값을 놓고 이들이 벌인 협상 과정을 분석해 보면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안 하면 안 했지,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공무원 조직의 내성이 배어 있었다. 이는 사태 악화의 촉매제였다. <관련 기사 3면>

11일 인천경제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송도 6·8공구 582만8천㎡의 터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1천866억 원을 투입해 공유수면을 매립한 곳이다. 7월 말 기준 6·8공구 전체 면적에서 매각 대상 토지는 323만3천㎡로, 이 중 고밀도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는 알짜배기 땅 135만4천㎡는 2조1천580억 원에 이미 팔렸다.

인천경제청이 환산한 미매각된 187만9천㎡의 땅값은 1조8천389억 원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블루코어 컨소시엄은 송도 6·8공구 내 사업대상지인 128만1천78㎡의 땅값을 국제공모지침에 입각해 공시지가(1조3천75억 원)보다 105% 높은 1조3천701억 원에 제시했다.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해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제시된 땅값은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의 공시지가(3.3㎡당 42만 원)보다 2.5배 이상 높게 책정된 6·8공구 내 체육용지(3.3㎡당 102만 원)를 빼면 제안가는 공시지가 대비 117% 수준이었다. 아울러 공동주택과 주상복합의 3.3㎡당 평균 매각예정가는 890만 원 수준으로, 인천경제청이 송도랜드마크시티(유)에 공동주택용지를 3.3㎡당 300만 원에 판 것과 대비된다.

이 밖에도 사업 대상지의 5.5%(755억 원)는 기부채납될 예정이며, 인천경제청의 요구를 수용한 랜드마크 개발 추가 비용 등으로 1천500억 원 상당의 간접투자비가 발생해 실질적인 토지 제안가는 최근 주변 시세를 웃돌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5월부터 최근까지 인천경제청은 민간사업자에게 5차례에 걸쳐 토지대와 관련된 사업협약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협상의 수장을 맡은 정대유 전 차장은 블루코어의 토지제안가를 수용하되, 토지매매계약 시점에서 땅값 변동 및 기반시설 비용 추가 부담 등이 담긴 5개 독소 조항으로 민간사업자를 압박했다.

민간사업자는 원형지를 조성원가로 공급받아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시행하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나 국제업무지구 등과 이번 사업의 성격이 다름을 알리고, 토지가는 공모지침 상 변경 대상이 아님을 설명했다. 이후 민간사업자는 본 사업협약을 맺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 출자, 후 협약 체결’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500억 원 규모의 출자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강력한 사업 추진 의지를 입증한 것이다.

SNS 폭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 전 차장이 떠난 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토지가격을 다시 제안가로 수용하기로 하고,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는 듯했다. 하지만 김진용 현 차장이 등장해 종전 합의안을 뒤집고 토지가격을 대외 여건을 반영해 다시 결정해야 한다며 블루코어가 제시한 땅값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그 땅을 팔지 않겠다는 환매권까지 포함시켰다.

민간사업자는 토지가격 변동과 공정별 사업 연동을 제외한 인천경제청의 나머지 요구를 수용하고 본협약을 맺자고 했고, 추가 연장도 요청했었다. 그러나 김 차장은 SNS를 통해 협상은 결렬됐다고 민간사업자에게 통보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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