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이 일을 그르쳤다. 송도 6·8공구 사업협약 무산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와 투자유치의 본질을 왜곡한 고위 공무원의 섣부른 ‘호기(豪氣)’에서 비롯됐다. 인천시의 고질적 병폐라 할 수 있는 ‘돌려 막기식 인사’의 증표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진용 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과 정대유 전 차장이다. 이들은 경제자유구역 탄생의 산파 역할부터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에까지 올라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매번 그들의 인천경제청 근무는 길지 않았고 그때마다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인재난에 허덕이던 인천시는 또다시 그들을 인천경제청으로 보냈다.

정대유 전 차장은 최근까지 청장이 공석인 인천경제청의 수장을 맡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자신은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달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저는 인천경제청의 전신인 도시개발본부 시절부터 송도 개발사업을 담당해 왔고 이후 과장과 본부장, 차장을 거치면서 송도 매립과 개발을 총괄해 왔다"고 말했다. 정 전 차장이 인천경제청 차장으로 복귀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그러나 불과 7개월여 만에 그는 다시 대기발령 조치됐다.

업계에 따르면 정 전 차장은 복귀하자마자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자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갈등을 빚었다. 그가 송도 6공구 내 7개 블록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재무·회계실사를 실시하고, 무리한 이익금 환수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토지대금을 완납한 SLC 측이 공동주택 건설을 위해 수차례 경관위원회 심의를 신청했지만 인천경제청이 심의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져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경관위원회 위원장은 정 전 차장이었다. 앞서 그는 2012년 인천경제청 도시개발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당시에도 인천경제청의 현안은 SLC의 6·8공구 개발사업이었다.

그는 "상수도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10개월여 만에 인천경제청으로 가서 SLC(개발이익 환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마지막에 송영길 전 시장, 이종철 전 인천경제청장과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개발본부장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에 대기발령 조치됐다.

여기에 최근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코어 컨소시엄과의 협상 결렬에도 일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천경제청 주변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은커녕 사업을 무산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가 공석인 청장을 대신해 수장을 맡았던 당시 인천경제청이 공모지침서와 다른 협약이행보증금과 토지매매대금 변경, 개발이익 재투자 등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김진용 현 차장도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장기 표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인천경제청 차장 직무대리를 담당하고 있던 당시 인천경제청은 151층 인천타워 건립사업이 무산된 송도 6·8공구에 엑스포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자가 구체적 사업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내놓지 못해 이 사업도 결국 무산됐다. 사업이 무산되기 불과 몇 달 전 그는 국방대로 파견을 갔다. 김 차장이 차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것은 7개월 동안이다.

이후 다시 인천경제청으로 부임한 김 차장은 블루코어 측과의 협상 결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지난달 18일 대기발령 조치된 정 전 차장의 후임으로 임용됐다. 김 차장이 자리에 앉은 지 며칠 만에 인천경제청은 블루코어 측에 특약사항을 제시했다.

그는 협상을 시작하면서 68타워, 복합문화 자족시설, 해변 거인국, 대형 관람차 등을 설치할 것과 68타워를 1단계 공사와 동시에 착공할 것, 업무시설 총면적을 19만8천㎡ 이상 확보하는 등의 세부 사항을 요구했다. 더구나 정 전 차장이 대기발령 난 후 양측의 토지가격 협상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김 차장이 부임한 후 인천경제청은 토지가격을 유사 지역 지가수준 및 대외 여건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행보는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중시하는 김 차장의 협상 지론에 크게 벗어나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의 ‘송도 6·8공구 현안 점검을 위한 소위원회’에서 "협상을 하다 보면 세세하게 하는 게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면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까지는 합의하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는 것이 협상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김 차장이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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