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해양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이 인천, 부산, 강원, 목포, 제주 등 5개 지역 7개 고사장에서 2일 오전 9시부터 10시 40분까지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에 선발 인원은 총 550명(공채 263명)으로 당초 공고된 총 270명(공채 173명)보다 대거 증원됐다. 해경이 부활된 걸 알리는 승전보이지만 반면에 해경이 해체되면서 육경으로 소속이 변경된 수사·정보 등의 인력 대다수가 해경 복귀를 희망하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위정자의 정책 실패가 다른 곳보다 상명하복이 강한 공권력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일 거다. 또다시 반복돼선 안 될 아픈 정치사다.

 해경은 오늘 오전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제64주년 해양경찰의날’기념식을 갖는다. 부활된 해경이 갖는 첫 행사다. 의미가 자못 크다. 1953년 12월 부산에서 내무부 치안국의 해양경찰대로 창설된 해경은 1979년 인천으로 옮긴 뒤 1991년 7월 경찰청 소속의 해양경찰청으로 개편되고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체되고 11월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안전과 해양주권을 염원하는 국민적 바람과 새 정부의 의지에 힘입어 올해 7월 해양경찰청이 신설됐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이번 기념식에서 해경은 어떤 다짐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지 눈여겨 볼 일이다. 특히 대통령의 ‘인천 환원’ 약속이 선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 문 대통령 ‘인천 환원’ 선언할 때

 새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해양경찰청의 부활에 이견을 보인 이는 없었다. 다만 부활된 해경의 ‘인천 환원’을 두고 각종 억측이 난무한 건 사실이다. 특히 부산 정치권이 모든 해양·항만 관련 공공기관은 부산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해양수도 부산’ 논리를 펴면서다. ‘해양수도 부산’이 대통령 공약임을 앞세워 부활된 해경도 부산에서 새 출발을 시키겠다는 거다. 가뜩이나 양측이 해사법원 유치 문제로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의 해양·항만·수산 정책마저 ‘부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 보니 인천지역사회의 여론이 뒤숭숭할 수밖에.

 하지만 인천시민의 심사를 사납게 한 건 오히려 인천 정치권의 무기력한 태도다. 부산 정치권은 지역사회가 제안한 발전과제라면 여야 공히 협력하고 경쟁하는데 반해 우리 정치권은 경쟁도시의 명분 없는 침범에도 일언반구가 없다. 정당 구분 없이 여권만 되면 중앙당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거다. 그러는 사이 부산은 오랜 숙원이던 ‘해양선박금융공사’를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재탄생시켜 부산에 유치했다. 자본금만 5조 원이다. 5월 31일 ‘바다의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약속한 걸 부산 국회의원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실현한 거다. 해운·조선 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금융지원 기구여서 ‘해양수도 부산’ 건설의 또 다른 기반이 될 거다. 한데 인천 정치권은 떼어 놓은 당상도 못 챙기고 있는 형편이다.

 # 여야민정을 통한 인천시민의 승리

 돌이켜 보면 2015년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느닷없이 발표된 정부의 ‘해양경비안전본부 세종시 이전’ 방침에 분노하고 거리에 나선 건 인천시민이었다. 어렵사리 여야민정을 이끌어냈고 막판까지 이전 계획 철회를 외쳤다. 중앙정부의 비아냥거림처럼 국회의원 수도 적은 인천은 중과부적이었다. 하지만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의한 우리 고속단정 침몰사건이 터져 ‘해경 부활’ 여론이 형성되자, 인천시민들은 ‘인천 환원’을 설파하며 반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이, 여전히 자당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보이더라도 ‘여야민정’만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수도 적고, 정치적 쏠림도 적은 인천은 뭉쳐야 살기 때문이다. 부활된 해경의 인천 환원을 목전까지 이끌고 온 현명한 인천시민은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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