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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智慧)를 중시한 유대인의 가정교육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9월 13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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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진 전 인천안산초교장

유대인의 교육은 가정, 학교, 교회가 혼연일치로 각자 맡은 바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을 학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오히려 가정교육을 우위로 하고 있다. 어린이 교육은 가정에서 앞서가야 하며 삶에 필요한 기초능력을 가정교육에 의해서만이 개발될 수 있다고 한다. 명견만리(明見萬里)라는 말은 일만 리 밖의 일을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변화의 시대에 절실한 덕목이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통찰의 지혜를 모아낼 때 길이 보인다는 의미이다. 유대인은 이처럼 학교에서 주로 지식을 배우지만 가정에서는 명견만리의 통찰력인 지혜를 배운다. 지식과 지혜는 같은 것이나 지식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지만, 지혜는 어떻게 할지 모를 때에 새로운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교육은 지혜를 중시한 정신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명한 지혜이다. 훌륭한 지식의 소유자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갖고 있을지 모르나, 문제 예방과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현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유대인의 삶의 지혜를 담은 토라 또는 탈무드(성서)가 있다. 그 속에는 민족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 사람은 입이 하나, 귀는 둘이다. 왜 그럴까? 한 랍비(심령의 스승)가 이렇게 질문하자 다른 랍비는 말하는 것보다는 두 배나 남의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명한 자는 말이 적다는 뜻이다. 우리 격언에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상기해 보자. 또 다른 예로 만일 머리가 둘 있는 어린 아이가 있다 하자. 이 아이는 둘인가 한 사람인가? 이 질문에 따스한 물을 한쪽 아이에 먹일 때 모두 비명을 지르면 한 아이요, 한쪽만 소리 지르면 두 아이이다. 이것이 바로 지혜이며 유대인은 어려서부터 민족적 정체성 교육을 하는 것이다.

 유대인 격언 중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사나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일생을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기존의 지식이나 물질보다 지식을 얻는 방법을 가르치는 창의성 교육 즉 지혜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진정한 의미의 가정교육은 자녀에게 무엇보다 삶의 교훈을 주는 지혜의 교육이 중요하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이야기에서 신하 중 가장 가까운 친구, 보통의 친구, 사이 나쁜 친구가 있다. 임금님 명령이 떨어졌다. 겁에 질린 신하는 친한 친구에게 임금님에게 동행하자고 하니 거절했다. 두 번째 친구는 동행은 하되 대궐 문까지만 가겠다. 세 번째 친구는 기꺼이 동행에 응했다. 첫 번째 친구는 재산이요, 세상을 뜰 때 나는 몰라라한 인격이고, 두 번째 친구는 친척이며, 무덤까지만의 동행이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이며, 선행은 재산이나 친척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토록 유대인은 토라와 탈무드를 소중한 것이며 가정교육의 산 교재라 한다.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가정에서 삶의 중요한 교훈을 주는 것이다. 유대인의 생활은 검소하다. 이들의 격언에 ‘항아리의 겉보다는 속을 보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겉을 치장하게 되면 속을 충실하게 할 수 없다는 종교적, 문화적 인식하에 속이 튼튼하지 못한 사람은 지혜가 없는 사람이다. 여기서 지혜는 단순한 지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차별화된 능력이나 상상력, 삶을 현명하게 설계하는 슬기를 뜻한다.

 유대인의 가정에서는 전인으로 균형 있게 발달하도록 지능교육만 아니라 종교적 신앙교육에서 덕성을 함양하고, 생활의 지혜를 가르침으로써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지성(知性)과 덕성(德性)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최근에 학력위주의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지혜 중심의 덕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인성교육의 뿌리가 굳게 내리도록 학교와 가정의 연계 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유대인 가정교육처럼 지식보다 지식을 창조하는 지혜의 교육에 중점을 두면서 가정교육의 교육적 역할을 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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