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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어릴 적 먹고 살기 힘들기에 군대 가면서 집에서 먹던 밥상보다 다른 반찬이 있어 그런 대로 먹고 지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엄마 밥이 그렇게도 먹고 싶을 때가 없었다. 물론 지금처럼 생선이나 고기류가 자주 올라오지 않지만, 김치나 별미로 젓갈 그리고 당시 흔하던 조기를 구워서 발라주던 어머니 밥상이 여간 맛있지 않았다. 처음 휴가 때 며칠은 잘 먹었지만 자꾸 먹으면서 어머니한테 딴 반찬을 찾게 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올라오는 그 밥에 그 반찬을 대하려니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대충 넘길 때가 많다.

 정권교체가 있은 후 수많은 자리가 바뀌는 와중에서 정치인들 중에는 빈 자리들이 마치 당연히 자신의 자리로 착각하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의자는 앉으면 의자가 아니다. 일정한 자격과 능력이 있어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이다. 신발과 의복도 마찬가지다.

 임자가 아니면 맞지 않아 도저히 신고 입을 수 없다. 자격 없음은 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부정행위 등에 연루돼 자격이 미달돼 문제가 있음에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임명하는 인사권자에게도 문제는 있다.

 선거에서 공을 세웠다 하여 한자리씩을 차지하려는 선거운동원들이다. 인사권자는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선거 당시의 인연을 끊지 못해 정실에 끌려간다면 종국에는 좋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정치로 흐르게 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반드시 선거운동에 대한 보상을 받고야 말겠다는 운동원들이 있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때마다 그 밥상에 그 반찬처럼 자신을 내세우곤 하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선거에서 공을 세웠으면 미련없이 떠나곤 하는 진정한 군자정신이 아쉬운 우리 정치권이다.

 선거로 해가 지고 선거로 해가 뜨는 근자의 우리 정치권이다. 또 해가 바뀌어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돌아온다. 선거에서 인물 검증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정책과 공약이 그럴듯해도 도저히 실현성이 없고 또한 공허한 내용이라면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지도자를 한번 잘못 선출하면 임기가 끝나도록 어쩔 도리가 없다. 한 철학자의 말대로 선거 당시에만 유권자로서의 주인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노예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말이 어쩌면 맞는지도 모른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선거 출마자들이 나라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이제는 유권자의 눈높이도 과거의 눈높이가 아니다. 치졸한 방법으로 표를 얻으려다가 후보자의 얄팍한 전모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 대결로 나서야 진정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청문회에서 질의에 임하는 위원들도 무작정 몰아붙이기식으로 후보를 다그치곤 한다. 의혹이 있으면 떳떳하게 제기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명쾌하게 해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층에 오르려면 그만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격이 되고 안 되고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의자는 앉는다고 다 임자가 아니다. 의자에는 반드시 임자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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