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12일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협상이 결렬된 이유를 내놨다. 해명 자료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지정 및 개발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자료 말미에 ‘경제자유구역 지정 목적에 합당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천경제청은 IFEZ 지정 목적에 맞게 송도를 개발했을까. 이 물음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인천시와 도시공사의 재정건전화를 내세워 송도 땅 팔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가구 수를 늘려 아파트 짓는 데만 몰두했다고 봐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송도를 ‘첨단지식서비스산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수없이 외쳤다. ▶국제업무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 ▶바이오단지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첨단산업클러스터 ▶6·8공구의 송도랜드마크시티 ▶인천신항 등이 그 범주에 들어간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송도랜드마크시티 인천을 넘어 한국을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151층 인천타워’다. 그러나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타 시도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립사업을 벌였으나 비슷한 이유로 난항을 거듭했다. 용산 드림타워(150층), 상암DMC 라이트 타워(133층), 강남 그린게이트웨이(114층) 등이 그렇다. 대부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송도 6·8공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151층 인천타워 건립사업(2015년), 엑스포시티 조성사업(2016년) 등이 줄줄이 실패로 끝났다. 미국발 금융위기(2008년)에 따른 장기적 부동산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막연한 낙관론만 펼친 탓이다.

 이후 시와 인천경제청의 행태를 보면 가관이 아니다. 재정건전화를 내세워 송도 8공구 내 공동주택용지와 상업용지를 마구 팔아대는 ‘땅 장사꾼’을 자처했다. 건설업체와 부동산 개발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와 인천경제청은 인구수와 가구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됐다. 인천경제청은 2015년 12월 말 인구 수용 및 주거시설 조성계획(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인구는 기존 6만8천 명에서 7만2천721명으로, 5천 명 가까이 늘었다. 가구 수도 2만6천647가구에서 2만8천500가구로 2천 가구 가까이 늘렸다. 저밀도로 계획된 송도 6·8공구가 졸지에 고밀도 주거단지로 변한 것이다.

 더불어 아파트 높이도 늘렸다. 인천경제청은 2016년 3월 말 ‘송도랜드마크시티 실시계획 변경승인 및 지형도면 고시’를 통해 공동주택용지인 A13·A14블록의 최고 높이를 110m 이하에서 130m 이하로 높여 줬다. 인천경제청 스스로 송도 6·8공구를 ‘베드타운’화하는 데 앞장선 것이다.

 다른 개발계획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올해 7월 내놓은 ‘송도경제자유구역 개발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송도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국제업무단지에는 외국 기업 대신 아파트만 즐비하다. 송도 전체를 봤을 때도 소수의 외국 기업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2015년 기준 IFEZ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 기업 수는 49개로, 이 중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사는 전무하다. 특히 금융·컨설팅·법률·회계 등과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업종은 아예 없다.

 지식정보산업단지에는 IT기업들이 흩어져 있음에도 클러스터 형성을 주도할 앵커 기관이나 기업이 부재해 집적 효과가 미흡한 상태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첨단산업클러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경제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입주한 30여 개 바이오 산학연 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 지연과 송도컨벤시아 주변 관련 시설 부재, 문화·여가시설과 관광자원 부족 등으로 관련 산업 발전은 더디다. 상황이 이런데도 잘났다고 떠들어 대니 한심할 따름이다. 당초 IFEZ 지정 목적과 개발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건 다름 아닌 ‘인천경제청 자신’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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