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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인천상륙작전 제67주년 기념 제34회 9·15 전국궁도대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됐다는 공문이 인천시궁도협회로부터 왔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대회를 치르면서 상품과 상금에는 절대로 인천시의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대회를 치르려면 협회장이 사비를 희사하거나 인천시 관내 10개 활터와 사원들이 특별회비를 갹출해 상금과 상품을 마련하면 된다고 한다.

 문득 2013년의 일이 떠오른다. 인천의 일부 궁도인들은 당시 궁도협회장의 장기 집권을 이유로 반란을 일으켜 모 씨를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그해 3월에 취임식을 한 신임 회장은 8월에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사비를 희사하지 않고 회비(공금)를 모두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신임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회장으로 추대했으면 당연히 회장의 취임식 비용, 판공비, 교통비 등을 회원들이 지원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0개 정(활터)에서 납부하는 600여만 원의 회비는 총무의 활동비로도 빠듯했다.

 9·15대회를 한 달 앞둔 시기에 각 정 사두(대의원)들은 매년 거액의 사비를 찬조하라고 나를 대타 회장으로 추대하며 자칫하면 그동안 29년을 이어온 대회의 명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책임감까지 덤으로 안겨줬다. 전해까지 6천만 원이었던 행사 지원금은 4천만 원으로, 훗날엔 2천700만 원까지 삭감되었지만 회장의 찬조금과 전무와 총무의 무보수 봉사 덕분에 제30회 대회부터 제33회까지 치르고 나는 4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금과 상품은 시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5년 전, 인천궁도계는 만에 하나 인천에서 치러 온 9·15 전국궁도대회의 맥이 끊어지면 인천시의 수치이고 궁도인의 자존심이 손상되는 일이라며 분개했었다. 그 기백을 몰아 협회 집행부가 솔선수범해 찬조금을 낼 테니 각 정 사두와 사원들도 십시일반으로 협조해 달라는 공문이 올 줄 알았는데 기약 없는 행사 중단 통보뿐이었다.

 하지만 임원과 회원의 찬조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9·15 인천상륙작전 기념대회는 국가 행사인데 왜 사비로 치러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궁도인들이 과거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하며 참가자들에게 상금과 상품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지만 1인당 10여만 원 이상의 경비를 써가며 참가하는 선수들로선 최소한 장려상(1만 원 상당)이라도 거머쥐고 귀가해야 체면이 설 것이다.

 게다가 궁도계는 오래 전부터 1등 1명, 2등 2명, 3등 3명, 4등 4명, 5등 5명에게 시상을 해 왔고 장려상도 여자부, 노인부, 일반부, 실업부별로 기준 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에게 수여해 온 관행이 있다.

 인천은 2014년부터 1인당 25만 원 이상의 상금에 대해 4.4%의 소득세 원천징수를 전국 최초로 집행해 입상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부터는 1·2·3위 수상자 수를 금·은·동메달처럼 각 1명씩만 지급하고 장려상도 남발하지 말라며 이를 어기면 40% 감축된 지원금조차 더 삭감하겠다는 경고성 지적을 시 체육회로부터 받은 바 있어 또 한 번 원망을 들었다.

 이런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타 지역의 궁도인들은 "일개 군에서 개최하는 전국 궁도대회도 지역 홍보 차원에서 4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는데 광역시 예산이 2천700여만 원이라면 이를 믿을 사람이 있느냐?"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9·15인천상륙작전의 깊은 의미와 풍전등화 같은 현 시국을 망각했는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아군은 낙동강 방어선에서 북진 반격을 해 수도를 탈환했고 피 흘려 자유대한민국을 사수했건만 지금의 조국은 북핵의 태풍 앞에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의식이 절실한 시국이다. 시 보조금으로 상금과 상품을 시상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해 인천을 상징하는 제34회 9·15궁도대회가 명맥을 잇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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