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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 온 ‘자연 순환의 법칙’

곽남현 인천계양공원사업소 녹화지원팀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9월 14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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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계양공원사업소 녹화지원팀장
지루하게 이어졌던 무더위가 어느덧 슬며시 사라졌다. 최근 들어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뜨거워지는 여름을 느끼며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는 올 봄 유난히도 긴 가뭄과 무더위, 폭우로 논바닥을 거북등처럼 갈라놓았고 수해를 일으켜 농부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게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8월 7일 입추가 되자 서늘한 기온이 돌기 시작했고, 8월 23일 처서가 되자 완연한 가을 날씨로 변했다. 어김없이 찾아 온 절기는 자연 순환의 법칙을 느끼게 했다. 24절기는 고대 중국 주나라 때,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를 24등분한 다음 지구가 태양을 15도씩 돌 때마다 황하 유역의 기후를 나타내는 농경과 관련된 용어를 하나씩 붙여 절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예전부터 사람의 삶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9월 7일은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이고, 곧 9월 23일이 되면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이 온다. 추분이 되면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황금들녘으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계절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입추 바로 전날인 8월 6일(음 6.15)이 유두절(流頭節) 이었는데, 예전에는 설날, 단오절과 같은 명절로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날에는 일손을 놓고 한가로이 산이나 계곡 또는 약수터 등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가 쉬었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이라 하여 동쪽 흐르는 물에 목욕하면 몸에 기운을 북돋아 강건해 지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하여 밀가루로 기주떡(증편), 상애떡, 수단, 편수 등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일손을 놓고 자연 풍광을 찾아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는 요즘 열광하고 있는 힐링의 선험적 모델인 듯하다. 옛 선조들은 가일(佳日) 또는 가절(佳節)이라 하여 계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해 행사를 거행했다.

오는 10월 15일은 ‘제53회 인천시민의날’이다. 계양공원사업소에서는 시민의 날을 맞이해 월미공원 전통지구와 중앙공원 4지구(9.30~10.15), 강화 외포리 새우젓축제장(10.13~10.31) 3곳에서 ‘2017 가을맞이 국화꽃 전시회’를 ‘300만 인천시민, 행복한 국화 향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개최한다고 한다. 인천시의 국화 재배 역사는 벌써 23년이 넘었다. 그 동안 축적된 국화 조형작 재배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연희동 국화 재배 하우스에서 기술을 습득한 기술자를 스카우트한 수도권매립지에서는 국화축제를 개최해 153만 명(2013)의 관람객이 찾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17년 전에는 마산시(창원시 통합)에서 찾아와 재배 기법과 기술을 가져가 국화축제를 성대히 개최하고 지역 원예 산업 활성화로 농가 소득을 증가시켜 나가고 있다. 계양공원사업소의 국화 재배 원천 기술은 타 시도, 기관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인천시에서는 저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어디 그뿐이랴,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는 12년 동안 서울여의도 벚꽃 축제와 쌍벽을 이루던 수도권 대표 축제였으나 2010년 소모성 행사라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고 행사를 중지함으로써 그 역사성과 상징성의 맥이 끊겨 버렸다. 벚꽃을 보며 여가를 즐기고 추억을 만들었던 시민들은 선거 때마다 바뀌는 시민 아니다. 인천에서 생활하며 인천을 사랑하는 인천의 주인이다. 국내에서 세 번째 거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인천시민은 대부분 벚꽃축제를 서울 여의도나 부천, 안양 등을 찾아가 즐기고 있다. 중소도시에서도 벚꽃축제를 매년 열고 있는데, 인구 300만 도시인 인천에서는 시민을 위한 대규모 벚꽃축제는 없다. 이것이 300만 도시의 격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부분 서민층 도시근로자들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원·오픈스페이스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계절별로 꽃축제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를 살려 그 맥을 이어가고, 경인 아라뱃길 정서진로에 조성된 벚꽃 길과 군·구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벚꽃축제를 하나로 통합해 인구 300만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시민 축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거울 삼아 유두절과 같이 여가를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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