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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 8공구 지역 일대 전경. <기호일보 DB>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잃어버린 10년’이 엄습(掩襲)하고 있다. 151층 인천타워와 엑스포시티 무산에 이어 블루코어시티까지 좌초돼 128만㎡의 터는 장기간 빈 땅으로 남게 생겼다. 투기꾼들은 새 사업자가 곧 나타나 개발호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호언장담(豪言壯談)한다. 하지만 대형 사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인천 패싱(Passing)’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황은 녹록지 않다. <관련 기사 3면>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 공모와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적격심사를 통해 6·8공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블루코어 컨소시엄은 지난 8일 인천경제청의 우선협상대상자 해제 통보 공문을 받았다. 인천경제청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위주의 개발을 방지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목적에 합당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블루코어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양측 간 치열한 법적 다툼의 신호탄이다.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블루코어시티에 대한 행정절차는 정지된다. 끝없는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경제청은 당장 내년 10월부터 입주가 예정된 6·8공구 2만여 가구에 대해 배후 지원 등 후속 대책을 현재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과의 체험(문화관광), 청년 고용과 창업(산업R&D), 동대문형 쇼핑몰(집객) 등의 테마로 일정 부분 6·8공구의 지원 성격을 띠고 있는 블루코어시티 개발사업이 멈춘 것도 무관하지 않다.

공모지침에 있는 2순위자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 기존 우선협상대상자가 500억 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서 공모지침 ‘18조 2항’의 요건을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유정복 시장이 2순위에 대해 "탈락(과락)했다"고 밝혀 줬기 때문이다. 설령 인천경제청이 재공모에 나선다 해도 국내 유수 대기업과 금융권이 선뜻 손을 내밀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1조3천억 원 이상의 ‘변동가능한’ 토지가격과 환매권 발동 ▶주변 유사 토지를 기준으로 한 토지매매가격의 1%인 협약이행보증금 ▶내부수익률 15% 초과 시 5대 5 배분 ▶본 협약 전에도 무조건적 출자법인 설립 ▶랜드마크타워 내 19만여㎡ 규모의 오피스 배치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관람차 수준의 관람차 설치 등 인천경제청의 요구를 투자자들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이를 수용할 사업시행자가 등장하더라도 세 번의 실패를 겪은 6·8공구 사업의 불안정성과 높은 리스크, 업무시설 위주의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율이 대폭 상향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인천경제청이 그동안 블루코어 측과 협의한 요구 조건들을 없던 일로 하고 새 투자자를 공모한다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각종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블루코어 측과의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파트와 오피스텔 위주 개발 방지’라는 논리를 내세워 사업협약 무산으로 몰고 간 인천경제청의 ‘패착(敗着)’은 앞으로 6·8공구 개발사업의 ‘최대 악수(惡手)’가 될 전망이다.

여의도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집을 계약하는데 잔금 치르는 날 잔금은 주변 여건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하면 누가 계약을 하겠느냐"며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로 인천 지역의 사업 신뢰도는 추락했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이 문제가 다 전파됐다"고 말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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