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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주는 여운 못지않게 배우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작품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바로 그런 영화다. 주·조연 배우의 눈부신 연기력은 마치 해당 배역에 영혼을 담은 듯 진실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매튜 매커너히는 그간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체격을 무기로 로맨틱 가이의 면모를 전면에 내세웠던 전작들과 달리, 배가 등에 붙을 만큼 혹독하게 마른 몸과 퀭한 눈빛을 선보이는 이 작품에서야 비로소 그의 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선보인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이 막 시작될 무렵인 1985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작품으로, 마땅한 치료제는 고사하고 사회적 편견 속에 외롭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후천면역결핍증(AIDS)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기기술자 ‘론 우드루프’는 베짱이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다. 그는 마치 내일이 없는 듯 당면한 하루하루를 술, 여자, 약물, 도박 등으로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텍사스 출신의 이 남자가 즐기는 스포츠는 길들여지지 않는 황소 위에 올라타는 로데오 경기로, 전형적인 마초적 카우보이 기질이 다분했다. 그런 그가 가장 경멸하는 인간 유형이 바로 동성애자다. 할리우드를 대표했던 미남 배우 ‘록 허드슨’의 사망 원인이 에이즈였다는 소식에 그는 동성애자를 더러움의 극치로 비하하기에 바빴다.

 그런 론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고작해야 살 날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에이즈 보균자라는 진단이었다. 누구보다 이성애자였던 론은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급속도로 약해지는 자신의 신체활동에 그는 에이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양한 감염 경로를 파악한 그는 이제 자신의 몸에 깃든 병을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백방으로 치료제를 수소문한 끝에 론은 이른바 불법 약물에 손을 대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아직 안전성이 미확인된 일부 약품에서 치료의 희망을 발견한 론은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그간 경멸해 왔던 동성애자의 삶을 위해서도 치료약을 밀수해 판매한다. 그 과정을 통해 쾌락에 빠져 있던 지난 날, 그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소소한 행복과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주어진 삶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간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1985년 후천면역결핍증 진단으로 30여 일의 생존 통보를 받게 된 론 우드루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후 그는 진단과는 달리 2천500여 일 뒤인 1992년 운명을 달리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FDA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하는데, 국가에서 치료해 줄 약물이 없는 최전방에 놓인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 다양한 치료제를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소송은 기각됐지만, 이후 그의 노력은 복합약물 치료의 길을 열며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줬다고 한다.

 영화 속 론은 시한부 선고와 함께 갑자기 회개하는 인물은 아니다. 오로지 개인의 치료와 생존만을 위해 시작한 일들이 추후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아주 서서히 변화해 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연출적 선택과 생의 낭떠러지에 선 한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한 배우의 열연은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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