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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윤희 안산상록경찰서 형사과 경장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 하여 해마다 5월이 오면 어린이날을 전후, 어린이를 위한 각종 행사 등을 개최하며 마치 어린이 천국인 양 수선을 떨곤 한다. 하지만 5월이 지나고 나면 어린이에 대한 관심은 이내 잊혀지곤 한다.

 어린이 학대는 2010년 5천657건에서 2015년 1만1천709건으로 불과 5년 사이에 2.1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울산 초등학생이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 부천 초등학생 부모의 폭행치사 및 시신 훼손 유기,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 아동폭행 등의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그때마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소리 높여 각성하곤 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어린이가 자라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된다. 나라 앞날의 동량인 어린이를 곧게 키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아프리카는‘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말은 아이를 키우고 성장시키는데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2세 미만 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것은 방임학대로 간주하며, 어른들이 어린 자녀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싸워도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는다.

 영국에서는 아동에게 폭언을 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에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자녀를 집 밖에 세워 놓고 손등을 툭툭 친 경우도 학대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독일에는 사회보장 정책의 기본 원칙 중 ‘보충성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1차적으로 개인의 자구 노력을 우선시하고 보충적 차원에서 가족과 친지, 직장과 자선단체, 기초자치 단체, 광역자치 단체 그리고 국가 순으로 개입을 하는 등의 공공의 개입보다 민간 개입을, 중앙정부의 개입보다는 기초자치 단체의 개입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위기의 가정을 조기 발굴하고 지역사회 기반을 통한 아동보호체계를 정착화 하는데 기초자치단체가 학대 아동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기에 노출된 아동과 가족에 대한 보호 서비스를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제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동학대에 관한 한 처벌에 있어 온정주의는 금물이다. 우리나라도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관리대상자 가정에 대해 지역협의체를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가 상담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다. 국가와 사회단체는 아동학대의 원초적 단계부터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치료, 피해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치료에 대한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동학대로 인한 고귀한 생명을 잃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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