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학여행에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으나 바다 가까이 가지 못하고 턱 위에 나란히 휠체어 위에 앉아 멀찌감치 있는 바다를 보며, 나는 기꺼이 모랫길에서 낑낑대며 새로운 길을 닦아 나가려 한다. 은빛 바퀴를 굴리며 가는 이 길의 끝자락에서 기다릴 희망을 기대한다. 작고 비틀거리는 몸을 가졌어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은빛 바퀴로 앞서 길을 개척하는 그런 작은 거인이 되고자 한다."

1급 지체장애를 가진 정진호(54·동두천 대성인쇄소)대표의 희망이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최한 ‘2017 장애인고용 인식개선 콘테스트’에서 ‘은빛 바퀴를 굴리며 세상을 바꾸는 작은 거인’이라는 수필로 운문 분야 금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정 대표는 5세 때 도랑으로 굴러 척추를 다치며 영원히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예기치 않은 불운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으며 인생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삼육재활원의 직업훈련소에서 장인에게 도장 파는 기술을 배운 그는 거리에서 도장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고 도장을 파서 6천 원을 손에 받아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했다. 그렇게 돈을 모은 정 대표는 2000년 ‘대성인쇄소’를 창업하고, 장애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앞날에 발판이 되기를 바라며 장애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또 장애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팽배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에는 올해의 장애극복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더 나아가 42세에 삼육보건대 사회복지과에서 수학하고, 서울사이버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으며 사회복지 지식을 배우고 익혀 장애인들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기로 했다.

2010년 3월 장애인들 스스로 깨쳐 나가도록 교육의 기회를 만들기로 하고 학교 형태의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인 ‘동두천두드림장애인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문해교육, 검정고시반 운영, 특활활동을 펼친 결과 지난 6년 동안 23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금상 수상과 함께 받은 상금 200만 원도 장애인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한 정 대표는 "인쇄 검댕이를 묻힌 채 대성인쇄소의 사장으로, 두드림장애인학교의 교장으로 살아가며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토대로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을 장애인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며 "글을 쓰면서 인생을 찬찬히 돌아보며 의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었고,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당연한 세상을 꿈꾸는 데 큰 응원을 보내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두천=노영석 기자 roh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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