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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인하대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최근 미얀마에서 로힝야 소수 민족의 대탈주사건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거리이다. 이들 로힝야족은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소수 민족으로 정착해 살아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모 국제 방송에서 연일 로힝야족이 미얀마 정부군의 토벌 작전으로 잔인한 죽음을 당하고 있고, 미얀마 정부군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계획적인 인종 청소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방송은 실제로 방글라데시 국경 도시로 취재기자와 촬영 장비들을 들여보내 미얀마 정부군을 피해 방글라데시 국경으로 탈주해 온 로힝야족들의 온갖 피해 사례들을 중심으로 보도를 내 보내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로 인해 영향을 받았는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얀마 정부의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인권그룹에서는 수치 여사에게 수여한 노벨평화상을 박탈하고 그녀의 명예도 낮춰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로힝야족들의 피난에 대해 연일 보도를 내보내면서, 국제사회는 수치 여사에 대해 너무나 잘 몰랐다고 비난을 하는 국가가 로힝야족들의 역사에 중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과거 영국이 미얀마를 점령해 탄압을 할 때 영국과 협조해 미얀마를 탄압한 소수민족이 바로 로힝야족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하여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미얀마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과거 미얀마 국민을 억압한 가해자들인 셈이다.

 이러한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서의 정서는, 가해자들이 자기들의 원래 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피해자 국가의 영토까지 차지해 거주하면서 더 나아가 반란군까지 조직해 미얀마의 경찰, 군대를 습격하고 살인, 강간, 방화 등의 온갖 범죄를 자행하고 있어서, 미얀마 국민은 이들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힝야족에 대한 사태를 보면서 인권의 가치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 충돌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권이라는 개념은 종족, 국가, 종교, 신념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티베트의 영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아시아의 인권 수호자라는 호칭을 받고 존경을 받아 온 지도자이다. 군사정부로부터 가택 연금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속적인 민주화 운동을 펼치면서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운동 중심에 있었고 결국은 미얀마의 군사 독재를 종식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소수 민족 로힝야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수치 여사의 모호하고 자국 이익을 대변하는 태도에 대해 외부에서 비난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수치 여사가 로힝야족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미얀마 군부의 인종 청소 작전을 묵인해 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이 비난하고 분노하는 이유인 것 같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인류 모두가 추구하고 지켜줘야 하는 가치라면, 미얀마 정부와 수치 여사는 인종적 적대감에서 벗어나서 보다 차원 높은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로힝야족의 문제를 인종적 적대감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치 여사가 지금도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국내외 인권그룹들은 아직도 믿고 있다. 미얀마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소수 민족에 대한 보호 내지 공존의 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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