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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
남북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작금의 한반도 상황이다.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와 정면 대결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다. 우리와 유엔은 그때마다 규탄성명 발표를 되풀이하곤 하는 것이 고작이다. 강력한 제재력을 지녔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소극적 대응으로 북한의 미사일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전쟁 방지와 세계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유엔(UN), 그 속에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 및 침략 행위의 방지·진압을 임무로 한다는 안보리(安保理)조차도 그 강제력 발동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속수무책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1년 9월 18일(뉴욕 현지 시각 17일), 26년 전 오늘은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날이다.

 필자는 당시 뉴욕 유엔본부 총회의장 자리에 앉아 노태우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 행하는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제하의 기조연설을 경청했다. 당시의 노대통령은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불완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남북한의 두 의석이 하나로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두 다 함께 세계 평화에로의 길로 나아가자고 연설의 톤을 높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두 개의 의석이 하나가 되고 총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기는커녕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는 핵무기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이 한반도의 오늘의 상황이다.

 우리 국가 원수들은 유엔 가입 이후 누차에 걸친 뉴욕에서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반도는 반드시 통일 될 것을 굳게 믿는다고 했다. 평화와 번영의 21세기를 창조하는 것이 곧 유엔의 이상과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도 두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을 전면 폐기하고 핵탄두 또한 대폭 감축키로 결정하기도 했었다.

 참으로 감회 깊은 기억이다. 당시 연설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마치 통일이 목전에 이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기보다는 해를 거듭할수록 평화와 통일의 길은 멀어지고 있다. 유엔가입 4반세기가 넘도록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양상이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마치 머리위 상공에서 곧 버섯구름(原爆雲)이 피어오르기라도 할 것 같은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처럼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경우 동독과 서독의 두 의석이 하나의 의석으로 합쳐지는 데에는 17년이 걸렸다. 유엔은 유감스럽게도 우리에게 한반도에서 하나의 의석이 되려면 더 많은 각고(刻苦)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가 유엔가입 초창기 총회 회의장 연단에서 외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더 크게 기여하는 통일한국의 첫 국가 원수가 이 자리에 설 때 우리 국민은 여러분의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더 큰 박수를 기대할 것"이라는 사자후(獅子吼)는 허공에 날아가 버린 듯하다.

 국제정치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싼 전망은 더더욱 그렇다.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핵개발 시도로 한반도의 상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정세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대북 정책도 달라져야 하겠다.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정책 수립이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오는 21일 유엔에서 행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 긴장 상황의 해법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발전적 내용이 담겨있기를 기대해 본다. 말할 것도 없이 통일에 대한 구상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세계 평화를 위한 인류의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평화,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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