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6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거첨도 내 골재 선별·파쇄업체인 A기업 입구. 이곳은 새벽부터 작업장을 오가는 덤프트럭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잠정 중단하면서 이 업체의 파쇄기는 쉴 틈이 없었다. 바닷모래 채취 중단으로 시중에 콘크리트용 잔골재의 공급은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다 보니 인천 지역 골재 선별·파쇄업체들이 공급하는 부순(파쇄) 모래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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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서구 거첨도 소재 A기업이 임대한 야적장에 재개발·재건축 현장과 도시개발 공사 현장 등에서 가져온 터파기 흙이 쌓여 있다(왼쪽). 지난 13일 오전 8시 30분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한 농경지에서 25t 덤프트럭이 재활용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석재·골재 폐수처리오니를 불법 투기하고 있다. 김덕현·이창호 기자 kdh@kihoilbo.co.kr
A기업이 파는 부순 모래는 재개발·재건축 현장과 도시개발 공사 현장 터파기 과정에서 나오는 흙을 선별한 것이다. A기업 작업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6만6천㎡ 규모의 나대지 한쪽에는 골재 선별·파쇄 작업에 쓰일 흙더미 3만5천㎥가량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반대편에는 파쇄·선별·세척 기계가 돌아가고, 옆에는 작업 과정을 거친 콘크리트용 굵은 골재와 잔골재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A기업에서는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과 작업을 거치고 남은 석재·골재 폐수처리 오니(무기성 오니)를 실은 트럭이 나왔다. 골재를 실은 덤프트럭은 레미콘 공장 또는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무기성 오니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갖춘 위탁업체에 맡겨 재활용 과정을 거치거나 수도권매립지 등의 폐기물 매립시설에 매립하는 게 정상이다. <관련 기사 3면>
하지만 이날 A기업에서 무기성 오니를 싣고 나온 한 트럭(서울06하 78××)은 위탁업체가 아닌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농업진흥구역 안 한 논(전체 면적 4천614㎡)에 오니를 그대로 쏟아부었다. 트럭이 오니를 쏟아붓자 불도저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땅을 골랐다. 부지 바깥 부분에는 시커먼 흙들이 1m 이상 쌓여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불법 매립으로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대기환경법’ 위반이다. 형질 변경 등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일반 토사와 절반을 섞어 성·복토해야 한다. 무기성 오니를 그냥 버린 사람, 땅 주인 모두 처벌받는다.

게다가 이 논은 ‘문화재보호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사적 제452호 강화외성)이자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으로, 인천시는 이곳을 문화재보호조례로 보호하고 있다. 관련법상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불법 매립 지역 인근 상인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주변 논에 흙(오니)을 쏟아붓는 트럭들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고 오간다"며 "소음과 분진 등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군청에 민원을 넣어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A기업은 지역 해사업체 B사로부터 9천900㎡의 땅(3.3㎡당 임대료 6천500원)을 빌려 원석(연간 9만2천t)을 이용해 파쇄·분쇄·선별·세척 등을 거쳐 골재와 모래(연간 8만6천t)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간 6만6천t의 석재·골재 폐수처리 오니가 발생한다고 서구에 신고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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