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 없이 평생을 유령처럼 살아온 70대 할머니에게 이제야 비로소 주민등록증이 생겼다.

17일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께 절도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A할머니를 조사하던 중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관내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던 할머니는 당시 상록구에 위치한 한 교회 앞에서 잠시 둔 물품(냄비, 의류 등)을 가져간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자신의 고향, 이름, 태어난 연도만 알고 주민등록도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는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된 상록서 형사과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경미범죄심사위원회 개최 후 형사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 조치했다.

또 사건담당 형사는 할머니 사정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십지지문을 찍어 경찰청에 질의해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회신받았으며, 조속한 호적 생성을 위해 관계 기관에 협조를 구한 끝에 할머니는 지난 2월 호적을 생성받게 됐다.

이후 상록서 생활범죄수사팀장 등 5명의 팀원들은 할머니의 경제적 사정을 도와주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왔고, 친·인척도 없는 할머니에게 말벗이 되고자 집 근처로 나갈 때면 방문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석권 서장은 "업무량이 많아 힘든 부서임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나눈 직원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매월 할머니 집을 방문하는 등 지속적으로 찾아뵐 계획이며, 법 집행에는 엄정하지만 시민과 늘 함께 하는 따뜻한 경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박성철 기자 p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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