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을 맞은 2027년 10월 17일 ‘신포동 연극거리’는 각종 공연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10여 년 전 카페였던 ‘북 앤 커피’를 극단 십년후가 소극장으로 꾸며 장기 공연을 시작한 이후 생겨난 변화다.

신포동과 차이나타운, 답동성당 인근 지역까지 조금씩 소극장이 생겨났고, 지역의 극단과 배우들은 길어야 3~4일에 불과했던 단기 공연에서 벗어나 최소 한 달 이상의 장기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지역의 배우들이 경제적 또는 자존감 등을 이유로 인천을 벗어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연극이나 각종 공연을 보기 위해 전철을 타고 대학로를 찾았던 인천시민들은 물론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젊은이들은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신포동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역의 장기 공연 기반을 만들고자 무작정 시작했던 나비의 날갯짓이 인천을 변화시켰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바람이 이뤄진 10년 후의 신포동 모습이다.

▲ 신포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 앤 커피’에서 연극 ‘사랑 소묘’가 끝난 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신포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 앤 커피’에서 연극 ‘사랑 소묘’가 끝난 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 앤 커피’에서는 지난 14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극단 십년후의 연극 ‘사랑 소묘’가 끝난 후 마련된 것으로, 배우들과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 관객이 모여 ‘인천의 공연관람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다인기획 윤미경 대표가 운영하는 ‘북 앤 커피’는 당초 책과 커피가 있는, 종종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전시회도 열리는 평범한 카페였다. 그러나 얼마 전 인천의 대표 극단 중 하나인 ‘십년후’의 송용일 대표가 윤미경 대표에게 카페를 소극장으로 꾸며 장기 공연을 올리자고 제안했고, 윤 대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극단 십년후의 ‘사랑 소묘’는 위성신 원장의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각색해 6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었고, 매일 3~4편의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연극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0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송용일 대표는 "수년 동안 소극장을 만들고 싶어서 발버둥쳤지만 많은 이들이 곧 지원해 줄 것처럼 말만 하고는 들어주지 않았다"며 "더 이상 기다리면 나도 포기할 것 같아 윤미경 대표와 함께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을 꾸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역의 좋은 배우들을 대학로에 뺏기지 않고, 이들의 터전을 지역에 만들어 주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인천의 현실은 배우들이 수개월 동안 연습을 해도 3~4일의 기획공연 형태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무대에 올랐던 배우 이미정 씨는 "나 또한 관객이었을 때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봤고, 인천에서는 문화예술회관 외에 공연을 하지 않는 줄 알았다"며 "인천의 관객으로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지만, 좋은 선배들과 작게나마 계속 작품을 올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하지만 설 무대가 부족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운 것은 솔직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고동희 씨는 "이번 도전을 계기로 다수의 근대문화유산이 있는 신포동에 문화적 시설이 집적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간뿐만 아니라 인천시나 중구, 인천문화재단에서도 ‘바람’을 담아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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