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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유치원들이 금요일인 지난 15일 오후부터 집단휴업 철회와 번복을 반복하면서 주말 내내 애꿎은 학부모들만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워야 했다. 사진은 17일 한 사립유치원 앞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집단휴업 계획을 두고 번복의 번복을 거듭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한유총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휴업, 휴업 철회, 휴업 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님들과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하고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휴업 철회 입장을 밝혔다. 이틀 새 휴업 철회(15일)와 강행(16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결국 휴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한유총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교육부와 집단휴업 철회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6일 새벽 보도자료를 배포해 "교육부가 합의사항이라고 보내온 것과 처음 합의사항을 비교하니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 방안 마련’ 등이 빠져 있었다"며 휴업을 강행한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그러다 하루 만에 또다시 휴업 철회를 밝히면서 결국 강력한 정부 제재 방침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이번 휴업 철회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집단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능한 모든 행정적·재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애초 정부에 요구했던 정부 지원금 확대, 사립유치원 감사 중단, 국공립 유치원 확대 재논의 등을 관철시키기는커녕 본전도 못 찾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1천98곳도 정상 운영에 들어가게 됐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한유총의 오락가락 결정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원 지역 학부모 A씨는 "휴업한다고 해서 대책 세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또다시 정상 운영이라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도 "아이들을 볼모로 휴업 강행이니 철회니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라며 "순진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사립유치원의 휴업 예고 사태에 이르기까지 교육당국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맘카페 학부모는 "한유총뿐 아니라 차관까지 나서 휴업 철회를 공동 발표하고도 번복 사태를 막지 못해 혼란을 키우는 데 일조한 교육부나 도교육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진 꼴"이라고 일침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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