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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북한의 6차 핵 실험으로 세상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유엔안보리는 결의안 2375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압박과 관여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당초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기에 ‘절반의 제재’,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북핵 문제가 되면 매번 미국과 중국의 책임 공방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난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옥죄기는커녕 뒷구멍으로 도와주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은 북핵이란 방울은 미국과 북한이 달았으니 방울 단 쪽이 책임이라고 응수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화살을 돌린다. 환구시보는 "사드는 북한의 핵무기처럼 악성종양이 될 것"이라면서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고 조롱까지 해댄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북핵 게임에서 전략 이익은 모두 챙겼다.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강화했고,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에서는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설과 공격적인 대북 옵션 패키지 설, 심지어는 한·일 핵무장 허용설까지 솔솔 흘러나온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어디까지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며, 어디까지가 한국의 안전을 비롯해 동북아 평화를 꾀하려는 것인지 헷갈린다.

 분명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티엠디(TMD : 전역미사일방어)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동북아 주도권을 확실히 손에 넣었고, 한국에 사드 배치라는 골칫거리를 마치 안보 선물인 것처럼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사드 배치가 과연 미국의 선물일까?

 박근혜 정부 때 "중국의 큰 보복 조치는 있지 않을 것"(유일호 전 부총리), "피해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윤병세 외교부장관), "언론에서 경제제재 얘기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김장수 주중대사)는 등등의 형편없는 낙관론이 어디서 온 것이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현실이다.

 타초경사(打草驚蛇)가 무슨 의미인가? ‘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해석은 박 정부의 그 한심한(?) 관료들이나 하라고 놔두면 될까?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재삼재사 자세한 상황을 파악해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다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걸 몰랐을 리 없었을 테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중국의 세계적 명주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일찍이 유명한 술이었으나 대외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우선 포장이 허술했고, 용기 디자인의 촌스럽고 볼품이 없었으니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세계 술 품평회에서 중국 대표가 한 가지 묘수를 짜냈다. 그는 실수한 척하면서 술병을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렸다. 순식간에 술 향기가 주위에 퍼져나갔음은 물론이다. 삼사위원들과 주위 참석자들은 술 향기에 놀랐다. 그래서 술맛을 보게 됐고 명주임을 확인했다. 이후 마오타이가 세계적으로 손꼽혀 오늘날도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그들은 타초경사 수법의 성공적 사례로 꼽는다.

 북핵과 마오타이.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고립국이고 아시아의 최빈국이다. 먹고 사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의 품격이 형편없다. 고작 핵 공갈로 우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어림없는 짓거리다. 그들은 좋은 향기가 아니라 악취 풍기는 수법으로 계속 고립되고 가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북한은 핵 실험을 거듭하면서 미사일을 끊임없이 시험 발사해 국제무대에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국운과 국민의 생사가 걸린 위험천만한 일로 규탄해 마지않을 일이지만 그들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다 같이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알량한 주도권 경쟁이나 북한 옥죄기 흉내로 북핵 문제를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하는 그들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무기나 팔아먹으려는 태도도 그렇고, 사드 보복으로 한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태도 역시 동북아 평화 질서에서 보면 허튼 수작이라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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