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불량 잔골재로 만든 콘크리트가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업체를 관리·단속할 인력이 부족한 데다 단속 의지가 없으면 민간에서 불법 현장을 적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9일까지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하는 전국 779개 생산공장의 품질관리 실태를 점검 중이다.

국토부는 "레미콘 생산공장에서 흙이 섞인 골재를 쓰거나 시멘트 양을 줄여서 납품하는 사례가 적발되는 등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점검 이유를 밝혔다.

점검 대상은 국토부와 산하기관에서 발주한 건설공사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생산공장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집계한 전국 레미콘업체 공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천28개다. 관급공사를 수주하지 않는 240여 개 공장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1천30여 명의 인력으로 한 달 동안 전국 779개 공장을 제대로 검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일 한국골재협회 바다골재협의회 부회장은 "불량 레미콘 생산공장을 단속한다고 하는데, 어디서 어떤 단속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레미콘 공장의 인·허가권은 국토부가 담당하고, 골재 선별·파쇄업과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등의 인허가권은 지자체가 맡는다. 인천 지역 골재 생산업체는 모두 26곳이다. 대부분 서구와 중구에 몰려 있다. 이를 관리·감독할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이 단 1명뿐인 것도 문제지만, 서구의 경우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가 더 큰 문제였다.

취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구청 건설과에 거첨도의 B기업이 생산하는 콘크리트용 잔골재의 품질검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담당 공무원은 "검사를 맡길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가, 구청장의 협조를 받아 오후 B기업과 인근의 다른 공장까지 시료를 채취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인천경기지원에 검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당초 요구했던 콘크리트용 잔골재가 아니라 굵은 골재를 시료 채취용으로 가져온 사실을 알게 됐다.

취재진은 다음 날 하명국 부구청장에게 "불량 골재를 만드는지 제대로 검사하려면 원석 파쇄 골재가 아니라 터파기 흙을 선별한 잔골재(흙모래)를 채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 부구청장은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협조하겠다"는 말과 함께 건설과장에게 협조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과장과 팀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전날 시료 채취 과정에서 B기업과 마찰이 있었다"며 "바로 잔골재 시료 채취는 불가능하다.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내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가 신원과 고발 내용을 구에 주면 대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굴지의 한 레미콘업체는 "잔골재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최근 B기업과 잔골재 납품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가 뜬 굵은 골재 시료의 KCL 검사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온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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