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82명의 명단까지 공개되면서 검찰의 피해자 조사가 본격화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블랙리스트만으로도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다. 한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MB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공개되면서 또 한 번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직종도 다양하다. 작가·영화감독·배우·가수 등을 망라한다. 피해사례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이 소속된 기획사는 어김없이 세무조사를 당해야 했고, 이들은 공영방송사에서 퇴출을 강요당했다. 라디오 제작자가 하루아침에 지방으로 전보발령되기도 하고 해당 연예인이 출연하는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은 방영이 연기되기도 했다.

문성근 씨의 경우 TV 출연을 거의 못하다 최근 8년여 만에 TV에 나오고 있다. 윤도현 씨는 생활고를 겪었다고까지 했고, 김미화 씨는 라디오 방송 진행 도중 누군가가 갑자기 들이닥쳐 대본검열을 시도했다고 한다. 집에까지 국정원 요원이 찾아 왔다고도 했다.

김제동 씨는 국정원 요원이 찾아와서 "당신 때문에 VIP(대통령)의 걱정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때 참석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두 배우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만들기도 했다. 문성근 씨와 김여진 씨를 음란물 합성 사진으로 만들어 유포한 것이다. 문 씨와 김 씨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던 셈이다.

이들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악성댓글 달기, 연예인들의 퇴출 정당성을 주장하는 글 게시 등 여론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도대체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국정원이 국내 연예인 사찰에 앞장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심리적인 전쟁, 문화적인 전쟁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동일시하는 무개념 정권의 말로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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