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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자국의 영토 밖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 동북아에서도 강대국만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능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약소국들은 강대국의 눈치를 봐가며 피동적으로 대응하기에 바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정치의 질서가 강대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의 대응변수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좌우되는 약소국의 불안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강대국의 정의는 무엇일까? 영국의 테일러는 "(대외)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국가"라고 정의했고, 미국의 미어셰이어는 "가장 힘이 센 나라에 대항해 궁극적으로 이기진 못하더라도 최강국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전쟁을 소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강대국"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시점에서는 핵무장국이자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그리고 비핵국가지만 일본과 독일을 강대국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제정치의 질서가 이들 G7을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운영돼 왔다고 할 수 있으나 이제는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이라는 군사적 강대국의 출현으로 인해 복잡한 변수가 움직이고 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도발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핵무장 국가로 분류하는 대외적인 여론이 있고, 병력과 재래식 무기체계를 분석하더라고 동북아에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이며, 미국을 심각하게 타격하고 전쟁을 소모전으로 전개 가능한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북한은 이미 군사적으로 강대국으로 분류가 불가피하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장을 통해 강대국이 됐다는 한반도의 힘의 불균형 현상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전쟁이라는 것은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힘의 불균형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것이기에 외부적인 힘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조정 유지하는 것이 바로 ‘국가안보’라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그동안 힘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유지하는 전략으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대북 전쟁 억제력에 의존해 왔으나 북 핵개발이라는 절대변수에 의해 한반도 내 전쟁 억제력의 균형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 전쟁 억제력에는 남북한 재래식 무기체계의 균형을 거론한 것이었으나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능력 면에서 이미 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은 깨졌고, 불균형의 불균형으로서 매우 심각한 ‘안보위기’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에 유지해온 한미동맹은 남북 군사력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유지해온 유일한 힘이다. 이 힘의 균형에는 미국의 전술핵과 같은 핵우산 정책의 보호를 받는 강대국의 동맹 편입에 있었으나 한반도 비핵화의 전략적 제한사항 하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핵무장은 치명적인 안보 불균형으로 현실화됐기에 핵개발 무장론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이 심도있게 재고돼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희생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행태를 철저히 주시해야 하며, 과거 베트남전쟁에서의 공산월맹과 평화협정으로 닉슨독트린을 추진해 자유베트남의 패망을 방치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가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진행 중이나 과거 이래로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의 효과성은 미약했다.

 군사옵션을 거론하면서도 실행을 못하는 강대국 미국의 고민이 결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북핵무장 강대국으로 인정하는 역명제가 되기 때문에 지금 동북아의 국제질서는 재편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약소국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대북 군사력의 ‘불균형의 불균형’을 극복해야 할 새로운 국가안보 과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방개혁 과제 중 ‘대북 핵 억지 전략’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비핵화 협정에 제한 받지않는 자체 핵개발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를 가시화한 핵전략을 조기에 수립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논리는 국가안보의 불균형을 고착화할 수 있기에 재고를 바란다. 일찍이 손자병법에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라 하여 ‘국방에 관한 일이 국가의 가장 중대한 일’이라고 했다. 새 정부에서 국방 예산을 대거 증액하면서 추진하고자 하는 국방개혁보다 우선해야 할 국방개혁은 재래식 전력보강이 아니라 북핵 대비 핵전략의 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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