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적막(시집)
김락기 / 청색시대 / 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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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자유시를 함께 짓고 있는 산강 김락기(시조시인 겸 자유시인)가 자유시를 따로 묶은 신작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1970년대 문청 시절부터 40여 년간 창작해 온 자유시 작품 중에서 67편이 실렸다. 그의 시는 단순·소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최근 문단에서 유행하는 화려하고 세련된 시와는 또 다른 품격이 있다.

 산강 김락기의 시집 「황홀한 적막」은 주제부터 세간의 유행과 거리를 둔다. 그의 시들은 낙원사상에 기반한다. 그 낙원은 인간 이성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는 근대적 유토피아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하나돼 소박하고 아름답게,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삶의 현장이란 점에서 그의 낙원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고, 마음만 잘 고쳐먹으면 언제나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동양예술의 최고 경지는 무위의 미학을 지향한다. 산강은 그런 무위의 미학을 이번 시집에 풀어놓고 있다. 기교를 넘어선 기교를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것이 바로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다.

 산강은 부분과 전체의 조화와 질서를 이상적인 상태로 상정하는 ‘제유적’ 세계 인식 방법을 보여 주고 있다. 동양미학은 우주 자연 자체를 거대한 생명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산강의 시에는 그런 전통적인 동양의 생명미학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소위 전통서정시로서 근대에 대응하고 은유도, 환유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시에 보이는 낙원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대등하게 교감하면서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 세계이자 적막한 공간이다. 근래의 분요한 삶에서 벗어나고 자연 속에서 생명력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드러난다. 우주적 적막이 가득 들어차 있다. 표지 제자(題字)와 표지화도 산강 시인의 작품이다.

 산강(山堈)은 ‘산언덕’이라는 뜻으로, 저자 김락기(金洛琦)의 필명(아호)이다. 문청 시절인 1974년 미당 서정주 선생이 지어준 ‘봉산문학회’ 동인으로 문학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시조문학’과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조와 시 부문에 등단했다. 창작집으로는 「삼라만상」, 「바다는 외로울 때 섬을 낳는다」, 「독수리는 큰 나래를 쉬이 펴지 않는다」, 「고착의 자유이동」 등이 있다.

토끼의 마음 우산
최정현 글·김온 그림 / 꿈터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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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의 그림책 54권 「토끼의 마음 우산」은 속상한 일이 생겨도 나만 좋으면,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요즘의 사회 현실을 동물들을 통해 잔잔하게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세상은 어떤 곳일까? 힘 있는 자들만이 잘 사는 곳, 남이 어려운 일을 당해도 모르는 척하는 차가운 모습일까? 아니면 서로 돕고 마음을 나누는 따스한 곳일까. 동물들은 비록 토끼를 속상하게 했지만, 토끼는 동물들에게 마음의 우산을 나눠 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임을 토끼의 아름다운 행동들을 통해 보여 준다.

 차가운 세상을 향해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최정현 작가의 글과 탁 트인 구도, 파스텔톤으로 잔잔하게 토끼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낸 김온 작가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어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살아갈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나는 아빠가
안단테 글·조원희 그림 / 우주나무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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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아빠 상(像)을 그린 아빠 그림책이다.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조원희 작가와 안단테 작가가 모든 평범한 아빠와 아이에게 선사하는 아빠 그림책이다.

 아이가 바라고 상상하는 아빠와 일상에서 마주치는 아빠를 두 박자의 호흡으로 구성해 아빠를 향한 아이의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 이를테면 아이는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서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선물해 주길 바라면서도 퇴근길에 붕어빵을 사 온 것만으로도 팔짝팔짝 뛰며 좋아한다.

 이 책은 아빠가 완벽한 존재이길 바라는 아이의 마음과 그에 견주면 초라할 수도 있는 실제 모습을 나란히 배치해 아빠를 향한 아이의 마음과 아빠의 참모습을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보여 준다.

 막힘 없는 상상과 소박한 일상의 모습이 번갈아 나오는 패턴을 따라가면 아빠와 아이의 윤곽이 잡히는데, 별나지도 않고 크게 모나지도 않은 평범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

 평범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아빠와 마냥 어린 것 같지만 속 깊은 면도 있는 아이가 펼쳐 보이는 세계는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이에게 최고의 아빠는 외형적인 능력치가 아니라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는 남자어른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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