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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옥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장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는 전개강, 고야자, 공손접이라는 거만한 3명의 용사가 있어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위세를 자랑했다.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은 이들을 꾀로 제거하기 위해 ‘천하제일 용사에게 주겠다’라는 명목으로 복숭아 2개를 선물했고, 이들은 복숭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 자멸했으니 이것이 이도삼살사(二桃三殺士)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페레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두 초대받았으나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이 초대받지 못하자 에리스는 이에 분열을 일으킬 목적으로 황금 사과를 여신들이 모인 곳에 선사하며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이에 여신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경쟁했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심판으로 삼았다가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것이 화근이 되어 호메로스가 묘사한 트로이 전쟁 발발 원인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소재를 던져줌으로써 사람들을 두 패로 갈라 놓아 싸움을 벌이게 하는 소재는 공통되게 존재했고, 이토록 신화나 전설 속에서는 복숭아와 사과로 표현될 뿐이나,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정치, 사회, 연예, 스포츠 등 수많은 주제가 양분법으로 사용돼 이 편 아니면 저 편으로 분열시키는 쟁점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를 서구권에서는 ‘Wedge issue(분열 쟁점)’라고 부른다.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의 비중이 전체 사이버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체불명의 ‘분열 쟁점’에 얽매여 사이버상에서 난상토론을 벌이며 양편으로 갈려 서로를 비방하다가 결국 상대의 형사처벌을 구하기 위해 경찰관서에 방문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은 제3자가 한 발짝 떨어져서 관망할 때에는 사소한 소재에 불과함에도 당사자들은 형사처벌, 나아가 형사처벌이 주는 위압감에 편승해 상대방의 굴복을 기대하며 처벌을 구하고, 피고소인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터잡아 보복성으로 맞고소를 진행한다.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개인의 소추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피해자나 소송 당사자들도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며 시간적, 물적 낭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익명의 사이버공간이기에 무심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감정을 앞세운 격렬한 분쟁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를 촉발하기에 앞서, 이러한 복숭아나 사과로 인해 득을 본 자가 제나라의 3용사나 올림포스 3여신이 아닌, 분열쟁점을 던져 준 안영과 에리스라는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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