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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지난 9월 9~10일 1박 2일간 비무장지대(DMZ)를 다녀왔다. 통일민주협의회 주최로 ‘남북 사회문화 통합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와 DMZ 견학을 겸한 행사였다. 90여 명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아침 일찍 출발해 문산 임진각을 거쳐 DMZ로 들어갔는데 들어갈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통일대교 입구 검문소에서 일일이 탑승자의 신분을 확인했는데, 미리 신고된 사람이 아니면 통과되지 않았고, 당일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경우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가 탄 버스도 신분증을 가져오지 못한 일행이 있어 세 번이나 임진각 방향으로 회차했다가 겨우 승인이 나서 DMZ 안으로 들어갔다. Demilitarized Zone으로 불리는 DMZ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쪽 2km, 북쪽 2km만큼 비무장지대를 설치해 남과 북의 대치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합의한 구역이다. 그러나, 사실은 DMZ 남,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군사시설이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어 비무장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4년, 그 동안 DMZ 내에서 남과 북 사이의 충돌도 자주 있었다. 현재 DMZ는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지역이고, DMZ 남방한계선 아래는 민통선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민간인이 허락을 받아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고 과일도 재배하고 있다.

 우리가 탄 일행은 임진각을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자마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이 곳은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위치로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간 미군부대가 주둔한 장소인데 한때 미2사단 506연대가 머물던 곳이다.

 2004년 미군이 철수한 후 2013년에 경기도에서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시설로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2016년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중 우르크 태백부대 본진 촬영지로 유명하며, 송중기와 송혜교가 주연으로 나왔다. 방문자들은 군번줄 만들기, 군복입고 사진찍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최전방 DMZ 근처에서 1박을 하게 된 것이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줬다.

 2017년 최근 평통 여론조사에 의하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 문재인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핵문제 해결 등을 위해 남북간 대화채널을 복원하자는데 70% 이상 공감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와 교류를 하자는데 60% 이상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 교류협력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2017년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5년 주기로 측정한 사회통합지수 결과 우리나라는 OECD 30개국에서 29위로 최하위이다.

 특히 ‘사회적 포용’에서는 5회 모두 최하위로 우리나라의 사회통합 수준이 아직 먼 상태이다. ‘의사표현·언론·집회·결사의 자유’ 27위, ‘공교육 지출’ 23위, ‘자살률’ 30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급여 차이’ 27위 등 민주적 의사표현과 사회양극화 등에서 문제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30개 OECD 회원국 가운데 사회통합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이고, 그 다음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등 유럽 8개국이다. 반면, 최하위국가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그리스, 이스라엘, 한국 등이다.

  아마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갈등, 세대갈등,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양극화 갈등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통일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오는 사회갈등도 사회통합지수에 상당히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캠프 그리브스에서의 1박은 군인 막사처럼 개조한 방에서 배정된 대로 7~8명씩 잠을 잤는데, 칠흑같은 어둠에 쏴~쏟아질 듯한 별들만 DMZ를 방문한 우리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 날 일찍 제3땅굴을 들어갔다 나와서 인근 도라산 전망대로 갔다. 안개 낀 개성시내와 개성공단이 흐릿하게 눈앞을 아른거렸다. 안내원이 저 앞에 하얗게 보이는 도로를 따라가 보면 개성공단이 보인다고 해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이어, 도라산역으로 갔다. 지난 2007년 말 개성 관광이 막 시작됐을 때 이 도라산역까지 승용차를 타고 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개성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도라산역은 관광객만 왔다 가는 텅 빈 역으로 남아 있었다. 원래 도라산역은 개성공단의 물자를 남쪽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만든 역이다. 어서 빨리 개성공단이 재가동돼 도라산역이 활기를 띠었으면 한다.

 도라산역 안내 전광판에 이렇게 씌어 있다. "앞으로 한국철도(TKR)가 시베리아철도(TSR), 중국철도(TCR)와 연계되는 날, 도라산역은 대륙을 향한 출발점으로 그 의미를 다시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도라산역에서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탈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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