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저장하는 은행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메모로’의 기본적인 콘셉트는 60대 미만의 인터뷰어가 60대 이상의 노인을 인터뷰하고 그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저장하는 거죠. 이런 ‘메모로’가 두 가지 의의가 있는데 하나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만나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의 축적이라는 거예요. 특히 기억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메모로’가 훗날 하나의 구전 역사의 창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사회에 역사의 격변이 많아 이런 기억의 축적이 갖는 의의는 더 크다고도 생각해요."

 ‘메모로’를 국내에 도입하고 정착시킨 주역인 한국교육개발원 홍영란(여·59) 선임연구원이 어르신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메모로’ 통해 남겨 달라며 전하는 말이다. ‘메모로’란 라틴어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즉, ‘메모로(MEMORO, 일명 ‘기억의 은행 Bank of Memories’)’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 ‘메모로’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2014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의 행복교육박람회 행사에서 처음으로 부스를 만들어 메모로 활동이 본격 소개됐고, 현재 전국 20곳 가까운 학교가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학교에서는 가정, 윤리 교과목의 수행평가나 동아리 활동, UCC대회 등 이런 세 가지 방법으로 메모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메모로 연구학교도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학교라는 인프라를 통해 중·고교 학생 중심으로 메모로 활동이 빠르게 보급 및 확산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성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홍 연구원이 국내에 메모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을 인터뷰어가 되게 한 것은 ‘세대간의 교감’이 활성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단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세대간의 단절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이런 때, 우리네 학생들의 ‘메모로’ 활동은 어르신 세대들이 살아온 삶의 두터운 경험을 듣고 깊은 교감을 나누며 효, 예의, 배려, 존중과 같은 덕목들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낯선 ‘메모로’ 활동이지만 앞으로 이 활동이 꾸준한 성장세를 꾀해 우리들도 서로 다른 세대가 각자의 시간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귀한 시간으로 채워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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