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천시 강화군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 일대에 무기성 오니가 불법 매립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일 매화마름 군락지 뒤편 나대지에서 트랙터와 매립물을 실은 화물트럭이 현장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천시 강화군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 일대에 무기성 오니가 불법 매립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0일 매화마름 군락지 뒤편 나대지에서 트랙터와 매립물을 실은 화물트럭이 현장 작업을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논 습지 중 국내 최초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가 위험하다. 코앞 농경지에 점토 성분의 불량 토사가 대량으로 투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매립한 점토질 흙이 석재·골재 폐수처리오니(무기성 오니)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본보 취재진은 20일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농경지에 골재 선별·파쇄업체가 재활용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무기성 오니 불법 투기<본보 9월 18일자 1·3면 보도> 이후에도 인근 농경지 일대가 불량 토사로 메워지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이날 취재진이 적발한 농경지 외의 다른 한 곳의 논에서는 덤프트럭이 불량 토사를 연신 쏟아붓고 불도저의 땅고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다른 두 곳은 이미 매립을 마친 듯 오니로 보이는 흙이 굳어 있었다.

문제는 무기성 오니를 투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땅이 매화마름 서식지 바로 앞이라는 점이다.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560-1 일원 매화마름 군락지는 람사르 등록 습지 제1846호로, 2008년 논 습지 중에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땅이다.

1998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매화마름은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초로, 초지리 일대 하천과 논에서 군락 서식지가 발견됐다. 이후 2002년 자연·문화유산 보전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역주민의 기증과 시민들의 모금으로 3천15㎡를 매입한 ‘시민 유산 1호’다.

인천시는 매화마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강화매화마름쌀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가 소득을 높이고자 올해 매화마름 서식지 정비계획까지 세웠다.

만일 매화마름 군락지 농경지에 무기성 오니가 불법 투기됐다면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대기환경법 위반에다가 강화외성보호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위반까지 겹친다.

시 관계자는 "강화외성보호구역에 포함돼 개발행위에 대한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견학을 위한 시설물 설치도 겨우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부장은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옆에서 친환경 농사를 하는 한 농민이 ‘물에서 썩은 내가 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매화마름 군락지는 수시로 토양을 분석해 아직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근 농경지에 불법 매립이 이뤄진다면 당장 성분 분석 등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농경지에 무기성 오니가 버려진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특별단속반을 꾸려 일제 단속하라는 군수의 지시가 있었다"며 "내일이라도 무기성 오니가 버려진 땅과 매화마름 군락지 앞 땅의 성분 분석을 의뢰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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