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대상인 환자들의 혈액을 몰래 빼돌린 대학병원 직원들이 법원에서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1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성남의 A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소속 전 의료기사 A(59)씨와 현 직원 B(50)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천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은 또 관리 책임을 물어 해당 병원 의료법인에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하고, 혈액을 제공받은 업체 대표 C(56)씨에 대해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지정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환자들의 검사용 혈액을 무단 반출해 횡령함과 동시에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반출한 혈액이 폐기물관리법이 정한 지정폐기물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A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진단키트 개발업체에 폐기 대상인 환자 4천여 명의 혈액을 빼돌려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반출한 혈액은 재물이 아니어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금전적 교환가치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소유자가 주관적으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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