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해진 아침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과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발길도 많아지고 있다.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광릉숲은 멀지 않은 곳에서도 넓고 푸른 나무숲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식물과 나무들 사이로 한참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녹색 선물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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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광릉숲을 찾은 가족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 경기도 대표 수목원 광릉숲

국립수목원 광릉숲은 경기도의 대표적인 숲 여행지다. 조선조 제7대 세조와 정희왕후가 있는 광릉의 부속 숲으로 500여 년간 왕실의 숲으로 엄격하게 관리돼 왔던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에도 화재가 없어 540여 년간 자연림 상태 그대로 잘 보존돼 왔다. 이곳은 천연활엽수림인 서어나무·갈참나무·신갈나무·졸참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는 온대북부의 대표적인 극상림이다.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지리적으로 중앙에 소리봉(해발 536.8m), 남단에는 천점산(392m), 서쪽에는 용암산(479.6m)이 주봉으로 광릉숲의 한가운데 동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립수목원의 전문전시원은 1984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1987년 완공됐다. 식물의 용도, 분류학적 특성 또는 생육 특성에 따라 수생식물원, 식·약용식물원 등 22개 전문전시원이 조성돼 있다. 총 102㏊의 면적에 3천873종의 식물을 식재해 일반 방문객은 물론 식물 전공 학생과 전문가들에게 현장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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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우리산림생물 바로알기 탐험대 행사에 참석한 초등학생들.
전문전시원은 관상 가치가 높은 나무를 모아 배치한 관상수원, 꽃이 아름다운 나무를 모아 전시한 화목원, 습지에 생육하는 식물을 모아 놓은 습지식물원 외에도 수생식물원, 식·약용식물원, 희귀·특산식물 보존원, 소리정원, 덩굴식물원, 손으로 보는 식물원, 난대식물 온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1987년 4월 5일 개관한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와 현황, 미래를 설명하는 각종 임업사료와 유물, 목제품 등 1만1천300점에 이르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2003년 완공된 산림생물표본관은 국내외 식물 및 곤충표본, 야생동물 표본, 식물종자 등 94만 점 이상이 체계적으로 저장돼 관리되고 있다. 2008년 완공된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는 족보가 있는 열대식물 3천여 종이 심어져 있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광릉숲의 총면적은 1천123㏊이다. 총 6천873종이 식재돼 있는 가운데 광릉숲 자생식물 938종도 만나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총 4천376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3천927종의 다양한 곤충과 180종의 조류, 20종의 포유류, 22종의 어류, 10종의 양서류, 12종의 파충류 등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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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산림생물 바로알기 탐험대’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이 숲 속 생물 정보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광릉숲에서는 책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진귀한 천연기념물도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참매, 붉은배새매, 새매, 검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원앙, 황조롱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크낙새, 쇠부엉이, 칡부엉이, 올빼미, 솔부엉이, 까막딱다구리, 팔색조, 큰소쩍새 등 18종의 조류 천연기념물과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를 접할 수 있다.

털음나무, 흰진달래, 광릉물푸레, 털사시나무 등 4종의 나무와 참주름조개풀, 참나래새, 노랑앉은부채, 참비비추, 참작약, 가지복수초, 느리미고사리, 개싹눈비꽃, 광릉골무꽃, 광릉요강꽃 등 10종의 초본은 광릉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이다.

#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

우리나라 최대의 산림 보고인 광릉숲은 2010년 6월 2일 개최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 Man and the Biosphere Orogramme)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중 하나이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이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키기 위해 지정한다. 생물권보전지역은 MAB 사업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인간과 생물종이 공존하며,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지속가능한 이용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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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방문객들이 울창한 나무로 둘러쌓인 산책로를 걸으면서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이 인정되는 지역, 인간의 간섭에 의해 변화되는 지역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여기에 적절한 면적과 3개 구역 구획(핵심지역·완충지역·전이지역)이 가능한 지역, 공공기관 및 지역공동체, 민간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된 광릉숲과 그 주변 지역의 총면적은 2만4천465㏊로 소리봉과 죽엽산을 중심으로 한 천연활엽수 극상림 지역인 핵심지역이 755㏊, 생물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산림생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완충지역(국립수목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시험림, 문화재청 소관 능림, 봉선사 사찰림)이 1천657㏊, 주거지나 경작지 등으로 구성돼 지속가능한 개발 등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전이지역(광릉숲 영향권 내 포천시, 남양주시, 의정부시)이 2만2천53㏊으로 생물권보전지역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충족하고 있다.

# 국립수목원에서 배우는 생물이야기

국립수목원에서는 서식하는 산림생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광릉숲의 역사, 스토리 및 국립수목원의 역할 등을 산림교육전문가에게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kna.go.kr)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방문객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되는 숲해설은 덩굴식물원, 관상수원, 국토녹화기념탑, 산림박물관, 양치식물원, 희귀특산식물 보전원, 침엽수원, 습지식물원, 육림호, 숲생태관찰로, 식약용식물원 등 다양한 내용을 산림교육전문가의 해설로 들을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숲을 활용한 심신 안정 및 부부와 태아가 교감시간을 갖는 숲태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임신 8주 이상 36주 이하인 임신부와 배우자 15쌍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자연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숲과 교감해 임신부와 태아가 평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광릉숲에 서식하는 새의 종류, 둥지, 생태적 특징을 직접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광릉숲 산새 탐험도 매주 토요일 열린다. 사전 신청을 통해 유아, 초등학생, 중고생, 성인 등 대상별로 다양한 교육이 준비돼 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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