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둔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문 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추석을 앞둔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문 전통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계속되는 경기 하락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갈수록 줄어 명절 대목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나질 않습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불과 2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전통시장에서 명절을 준비하려는 발길은 저조해 상인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21일 오후 3시께 지동시장과 못골종합시장, 미나리광시장 등 9개 전통시장이 밀집돼 있는 수원시 팔달문 일대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예년 같으면 명절 준비를 하려는 손님들로 인해 가장 바쁠 시기이지만, 이 같은 손님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시장을 찾은 손님 대부분은 저녁상에 올릴 식재료에만 눈길을 줄 뿐,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과 선물용 과일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58·여)씨는 "매년 판매량이 20∼30%씩 감소하고 있지만 추석과 벌초 등을 대비해 미리 황태포와 약과를 비롯한 과자류를 준비해 뒀다"며 "지난해보다 적은 양을 준비했는데도 전혀 팔리지 않고 있어 내년에는 이들 품목에 대한 판매 여부를 고민해야 할 듯싶다"고 토로했다.

청과물 가게 대표 김모(65)씨도 "손님들이 과일 가격만 물어보고 그냥 돌아선다"며 "배와 사과 등 차례상에 올릴 과일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오르다 보니 제수용은 물론 선물용 과일세트도 선뜻 구매하기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육과 떡, 수산물 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떡집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추석을 앞둔 이 맘때면 선물용 또는 제사용 송편 주문이 많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아직 주문이 전무한 상황이다.

정육점은 한우가 600g에 5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인지 찾는 사람이 지난해의 절반도 되지 않고 있고, 수산물 가게도 어획량 급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조기 등 차례상에 올릴 생선 대부분의 판매량이 30%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명절 대목이 사라진 데는 차례상을 생략하거나 음식을 간소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추석에 차례상을 차린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1.2%로, 지난해 74.4%에 비해 소폭 낮아진 모습이다.

차례상을 차리는 경우에도 ‘간편하게 구색만 맞춘다’는 응답이 35.1%에 달해 사실상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는 경우는 절반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열흘의 긴 연휴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민이 많은 점도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워낙 고객 자체가 현격히 줄어 월 100여만 원의 임대료도 내기 벅차다"며 "아직 추석까지 일주일 이상 남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고 있지만, 바뀐 명절 분위기와 긴 연휴로 인해 얼마나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을지 걱정"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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