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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사)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최장 10일의 황금연휴가 완성됐다.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10월 2일(월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규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9월 30일부터 10월 9일 한글날까지 10일간의 연휴가 만들어졌다. 국군의날 (10월 1일) 추석연휴(10월 3~5일) 개천절 대체 공휴일 (10월 6일)에 주말을 합한 결과다.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10월 2일(월요일) 때문에 고심한 직장인들로선 임시공휴일로 인해 연차를 내지 않아도 10일간의 긴 연휴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는 이유는 긴 연휴는 개인에게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연휴가 관광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국내 지출이 432억 원이 증가하고 714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황금연휴가 생겨도 실제 내수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일 수 감소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도 수출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 통상업계와 산업통산자원부 등은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들 경우 수출 감소율이 4~5% 이상 나타났다. 또한 공휴일 증가로 해외 소비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해외 소비는 실제 증가 추세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내에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카드 금액은 41억8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휴는 모두 챙겨 쉴 수 있는 직장인은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1천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임시 공휴일 2일과 대체공휴일 6일을 모두 쉬는 직장인은 5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일과 6일 모두 쉬지 않는다는 응답도 25%로 나타났고 6일 대체 공휴일만 쉰다는 응답은 8.2%였다는 것이다. 기업별 형태로 보면 대기업이 72.5%가 2일과 6일을 모두 쉰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은 48%에 그쳐 이번 10일간의 연휴 혜택을 모두 즐기는 직장인 비율은 대기업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정부에선 임시 공휴일까지 정하며 내수 진작을 시키겠다고 하지만 이곳 상인들이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며 "명절이 대목이지만 장을 보는 양은 정해져 있어 연휴가 길수록 시장 상인들은 시름만 깊어진다"고 했다. 또 홍종진 인천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추석 연휴와 공휴일을 빼면 10월에 실제 일할 수 있는 날이 보름에 불과해 소상공인들은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게 사실" 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사회 제도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공휴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진 규칙은 없다. 그래서 어떤 기념일이나 축제일이 다가오면 주마다, 지역마다 그날이 휴일인지 아닌지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 공휴일이 언제냐고 굳이 따져 묻는다면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는 사람의 경우 그 직장이나 학교가 휴일로 정한 날이 공휴일이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한국의 개념은 국가가 공휴일이라고 정해준 날 쉬는 게 원칙인 반면에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등 주정부 등 누구도 민간부문의 조직이나 사람들에게 어떤 날 쉬라고 정해주지 않는다.

 날짜제였던 일본도 90년대부터 불황이 이어지자 ‘해피먼데이’제도를 도입했다. 성년의날을 1월 둘째 주 월요일로 바다의날을 7월 첫째 주 월요일, 경로의날을 9월 셋째 주 월요일, 체육의날을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요일제로 정해 내수 활성화에 나섰다.

 우리도 이제 날짜제에서 요일제로 바꿔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날짜를 변경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 등을 요일제로 지정하면 어떨까? 정부가 이벤트 식으로 임시 공휴일을 매번 지정하면 쉬는 회사만 쉬는 것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불러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로감으로 인해 실제 경제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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