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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최근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주범인 김 양은 징역 20년, 공범인 박 양은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 받았는데, 주범이 공범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 받은 이유는 김 양이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소년법 때문에 주범이 적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소년법에 대해서는 얼마 전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서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형사책임 능력이 미약하고 성인에 비해서 교화가 쉬운 소년들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소년법에서는 소년범에 대한 보호처분과 형벌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소년법에 따른 소년 보호사건은 검사나 경찰서장이 송치하거나 소년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보호 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다고 결정하면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개시되며, 보호자의 감호 위탁, 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같이 소년범이 일반 형사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고, 일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법에 따르면 형사미성년자인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소년법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들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행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것은 정의(正義)에 반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년사건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오히려 재범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예전보다 성장이 빠른 청소년들이 나이를 이용해 성인보다 쉽게 범죄를 저지른다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소년법을 완전 폐지하자는 주장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서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이번 기회에 현실을 반영해 형사미성년자나 소년법의 적용 연령을 조절하고 일부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소년범죄의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게 하는 것보다 소년들의 강력범죄가 늘어가는 원인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소년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입장에는 형벌이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강한 형사처벌이 범죄예방 기능을 수행한다는 주장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청소년들이 본인이 미성년자이므로 처벌을 받지 않거나 경미하게 처벌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본인의 행동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단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소년들에 있어서 형벌의 범죄 예방적 기능이 성인에 비해서 낮다. 따라서 형벌의 강화만으로는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부족하다. 또 소년범의 비행 원인이 성장환경이나 가정환경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 소년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행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비율이 매우 높으며, 이런 경우 소년들이 자존감과 공감능력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가정에서 비행청소년들의 적극적인 보호를 포기한 경우도 의외로 많다.

 방송에서 소년보호사건의 심리 장면이 방영돼 유명해진 부산가정법원의 천종호 부장판사는 창원에서 근무할 때 소년범죄의 예방을 위해서 일종의 대안가정인 ‘청소년 회복센터’를 제안해 현재 19곳에서 운영 중이다. 창원에서는 재범률이 낮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예산이 배정돼 시설이 확장된다면 전국적으로 소년범죄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와 같이 소년사건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구성의 변화와 고용, 노동 환경의 악화로 가정에서 누가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소년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이제 학교 밖에서 교육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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