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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3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때 외국선수들에게 서툰 외국어로 몸짓을 해가면서 안내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오늘 이렇게 3주년 행사에 참여하니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 가슴이 벅찹니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장순옥 씨의 소회다. 그녀는 2014년 대회 당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인천조직위에 근무했던 정인숙 팀장은 "공직에 몸담고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스포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생애 영광이자 행운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인천시는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일이었던 9월 19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대회 정신과 운영 성과를 되새기기 위해 3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시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내몰려 변변한 기념식조차 할 수 없었던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재평가해 보자는 목소리에서 비롯됐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 당시 자원봉사자, 운영요원 등을 초청해 소박한 행사로 그날의 감동과 열정, 영광을 기억했다. 행사에 함께 한 김영수 조직위원장의 축사처럼 대회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기념·유산사업을 이어갈 주체를 세울 때다.

# 유치·준비·개최한 시장 달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대회를 유치한 시장과 준비한 시장, 개최한 시장이 모두 다른 아주 특이한 대회였다. 7월 25일 ‘인천아시안게임을 보는 두 개의 시선’이란 주제로 3년 재평가 토론회를 개최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시에 3주년 기념행사를 제안하면서 세 분의 시장을 꼭 모셔야 한다고 요청했다. 누구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가 난무할 테니 한 자리에서 미래지향적인 재평가의 계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치하고 준비했던 시장들은 사정상 참석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가 3주년 재평가 토론회를 연 것은 청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조직위원회가 평창동계올림픽과의 형평성(법인세 등 면세)을 내세우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법인세 환수를 위해 조세심판원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조세심판액 포함 총 260억 원의 운영 잉여금이 발생했는데도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았던 거다. 이 잉여금이 종잣돈이 돼 인천 대회의 유산사업은 물론 인천체육 발전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은 역대 시장들이 현역 정치인으로 우뚝 서 있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후속사업에 기여하기를 기대했다. 행사 참석이야 아쉽지만 지금도 늦진 않았다.

# 유산사업 이어갈 주체 만들어야

당일 기념행사는 소박하면서도 진솔하게 진행됐다. 부평 풍물단, 서구 청춘합창단, 인천 실버오케스트라, 시립합창단 등의 식전·식후 공연과 함께 그날을 회상하는 영상을 관람했다. 게다가 인천체육의 미래인 인천체육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운동용품을 전달해 아시아경기대회 재평가의 의미를 살렸다. 특히 이 모든 행사 기획과 진행을 인천시와 체육회가 도맡았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남은 건 유산사업에 대한 공론화다. 당장 스포츠 약소국 지원으로 국제 스포츠계의 호평을 받았던 ‘비전 2014 프로그램’ 예산이 바닥이다. 또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고 비판받아 온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신설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 찾기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난 3년간 유치한 종목별 대회 실적이 몇 개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아픈 대목이다. 이는 대회 이후 유산사업의 기능과 주체 문제를 제대로 토론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 인천 대회 일부 잉여금이 엄존한데도 그 사용처를 찾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유산이니 만큼 인천 체육인 및 관계자들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주체를 세우고 기능도 정립해줘야 한다. 인천 체육인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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